트럼프, 후티에 장갑차까지 뺏겼는데…“안 싸운다” 발 빼는 이유는? [핫이슈]

송현서 기자
수정 2026-09-14 14:00
입력 2026-09-14 14:00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일대를 빠르게 장악하고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가 요충지 탈환에 나서면서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예멘 정부군은 모카항 인근의 후티 병력과 차량·무기를 공격했다. 이에 후티 반군은 다음 날 “사우디군이 최근 48시간 동안 점령지에 129차례 공습을 가했다”며 사우디 남부 샤루라의 한 군사기지를 공격했다.
이에 앞서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전날(11일) 모카 시내와 항구, 카우카 지역에서 후티 대원들이 배치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방송했다. 여기에는 모카 항구와 시내 도로,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의 장갑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후티 반군이 올라탄 장갑차였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해당 장갑차가 예멘 정부군이 남기고 간 미국 오시코시사의 M-ATV 장갑차(MRAP)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뢰방호·매복방호 장갑차인 M-ATV는 폭발물과 소화기 공격으로부터 탑승 병력을 보호하면서 험준한 지형에서도 기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으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운용했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은 이와 관련해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 세력과 전투를 벌이면서 홍해 연안 지역을 휩쓸었고, 모카와 주변 진지에서 상당한 양의 군사 장비를 노획했다”면서 “해당 장비들은 후퇴하던 예멘의 국민저항군이 버리고 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개된 영상을 보면 후티가 확보한 장비 중에는 미국산 M-ATV 장갑차와 중화기를 탑재한 픽업트럭 등이 포함돼 있다”며 모카에 진입한 후티 반군이 버려진 M-ATV 장갑차 옆에 선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후티 반군의 미국산 무기 노획은 예멘 내전에서 친정부 세력이 보유하던 서방제 군사장비가 전장에서 후티의 수중으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미국산 M-ATV와 같은 장갑차는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 지원이 예멘 현지 세력에 제공돼 왔음을 보여주는 장비다. 이를 후티가 직접 확보하고 공개하는 것은 자신들이 친정부 세력의 거점을 점령하고 그들이 남긴 장비까지 빼앗았음을 과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노획된 장비가 실제 전투에 활용될 경우 후티 반군이 기존에 보유한 무기체계와 함께 추가적인 군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군에게는 불편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후티가 우리와 싸우길 원하지 않아”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이 후티 반군에 밀리고 사우디 본토가 공격을 받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홍해의 요충지로 접근하는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미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빈살만 왕세자는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의 요충 도시인 예멘 모카로 진격하고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이 후퇴하고 있으나 미군이 후티에 대해 공습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하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에 후티 관련 정보와 표적 데이터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우방국인 사우디의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한 배경에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전을 피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 함정에 공격을 가하는 등 확전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홍해 교전에 휘말린다면 중동 상황이 더 악화하고 이란의 의도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자 이란과 대리 세력들은 확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이란 입장에서 대리 세력들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등 주요 에너지 수송로를 틀어막으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을 방해하고 미 함정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동맹인 후티가 바브알만데브 해협까지 통제하게 되면, 이란은 미국 및 걸프 지역 동맹국들을 상대로 강력한 새로운 협상 지렛대를 쥐게 된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은 유가와 물가, 이란전쟁에 대한 불만으로 민심이 이반하면서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교전 확대 움직임에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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