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전쟁 중인데 금고엔 돈다발 빼곡…젤렌스키에 또 ‘부패 악재’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9-09 15:00
입력 2026-09-09 15:00
콜센터 사기·돈세탁 수사 과정서 검찰 고위 관계자 연루 의혹
반부패 당국 수사 확대…검찰총장 “정치적 대립 도구 되기 싫다” 사의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에서 검찰 조직을 둘러싼 대형 부패 의혹이 터졌다. 반부패 당국이 사기 콜센터와 돈세탁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00달러 지폐 다발이 가득 든 금고를 공개했고, 검찰 고위 관계자가 구금된 데 이어 검찰총장까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또 다른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은 최근 루슬란 크라브첸코 검찰총장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총장실 소속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돈세탁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수사의 핵심에는 전화 사기 콜센터가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찰(SAP)은 검찰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당이 수백만 흐리우냐를 세탁하고, 전화 사기 콜센터를 비호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범죄 수익으로 보석과 고가 부동산 등을 구입한 정황도 포착했다.
특히 반부패 당국이 공개한 사진에는 금고 안을 가득 채운 100달러 지폐 다발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쟁 장기화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대비되면서 현지에서도 부패 문제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는 장면이다.
수사당국은 검찰총장실 국제협력 부서의 부책임자인 세르히 크로피바를 구금했다. 수사팀은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 5명을 추적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연루 의혹 근거 없다”…하루 만에 사퇴로 선회
크라브첸코 검찰총장은 자신이 범죄 조직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관련 주장을 “전혀 근거 없다”는 취지로 일축하며 당초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입장을 바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사퇴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총장직이 정치적 대립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라브첸코의 사퇴와 관련해 즉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젤렌스키 대통령 개인의 비리와 직접 연결됐다는 내용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전쟁 와중에도 고위층을 둘러싼 부패 의혹이 잇따르면서 젤렌스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해부터 대통령 주변과 정부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반부패 수사가 이어졌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이리나 무드라도 돈세탁 의혹 수사 과정에서 자택을 압수수색당한 뒤 지난달 해임됐다.
전쟁 와중 반복되는 부패 논란…젤렌스키에 부담
부패 문제는 군수 분야에서도 불거졌다. 뉴욕타임스(NYT)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주요 군수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사기·부패 또는 계약 불이행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도 정부 사업을 추가로 따냈다. 해당 기업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 감사에서는 2024년 한 해 사기와 낭비, 관리 부실 등으로 발생한 손실이 12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 수행을 위해 서방의 막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부패 척결 문제는 젤렌스키 정부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파문은 러시아가 키이우에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재개한 시점에 불거졌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수도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방공망 보강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또다시 고위층 부패 문제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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