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전이었는데 ‘2대1’로?…KF-21 2조원 미사일 수주전 판 바뀌나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9-07 17:50
입력 2026-09-07 17:50

한화에어로 독자 노선에 현대로템·LIG D&A 컨소시엄 대응 유력
체계개발·양산 합쳐 약 1조9000억원…KF-21 핵심 무장 국산화 경쟁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시험비행 중 무장을 분리하는 모습에 태극기를 합성한 이미지. KF-21은 현재 유럽산 미티어를 장거리 공대공 무장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국산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KAI·123RF 자료사진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할 국산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 경쟁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 D&A가 각각 경쟁하는 ‘3파전’이 예상됐지만, 현대로템과 LIG D&A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2대1’ 구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7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따르면 장거리공대공유도탄 체계개발 시제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는 이날 오후 4시 마감됐다. ADD는 지난 7월 22일 공고를 내고 시제 제작업체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제안서 평가는 다음달 6~8일, 협상대상업체와 우선순위 선정은 같은 달 12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일정은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자적으로 참여하고 현대로템과 LIG D&A는 각자의 강점을 묶어 컨소시엄 형태로 맞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감 직후 실제 제안서를 낸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아 최종 경쟁 구도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사업 규모도 상당하다. 오는 2033년까지 약 7535억원을 투입해 체계개발을 마치고, 2035년부터 1조 1471억원 규모의 양산을 추진하는 일정이 거론된다. 개발과 양산을 합치면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3개사가 따로 뛰었는데…현대로템·LIG ‘연합전선’ 유력
KF-21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체계개발 사업을 둘러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LIG D&A 진영의 경쟁 구도를 시각화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경쟁 구도는 다소 달랐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 D&A가 각자의 기술력을 앞세워 사업 참여를 준비하면서 3파전이 예상됐다.

변수는 업체 간 협업이다. 현대로템은 미사일 추진기관 분야를, LIG D&A는 탐색기와 유도·조종 등 유도무기 분야를 각각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두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서로 다른 기술을 결합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맞서는 형태가 된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12일 KF-2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무장 사업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포함한 항공무장 개발과 체계통합, 항공기와 무장을 연계한 패키지형 수출 모델 발굴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자사의 유도무기·추진기관 기술과 KAI의 항공기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항공전문매체 에비에이션위크도 지난달 13일 양사의 협력을 별도로 다루며 KF-21용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공동 개발·통합과 함께 항공기와 무기를 묶은 해외 수출 기회까지 모색한다고 전했다. 국내 업체 간 기술 경쟁을 넘어 향후 KF-21 수출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덕티드 램제트 추진체계 등 장거리 유도무기 관련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덕티드 램제트는 비행 중 외부 공기를 받아들여 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미사일이 장거리를 비행한 뒤에도 높은 속도와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결국 이번 경쟁에서는 미사일 전체를 하나의 체계로 완성하는 능력과 함께 추진기관, 탐색·유도 기술 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판 미티어’ 넘어…KF-21 마지막 대형 국산 무장
2023년 5월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KF-21 시제기에 유럽 MBDA의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미티어’를 장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F-21에 탑재할 국산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2조원에 가까운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은 KF-21의 주요 국산 무장 가운데 아직 개발이 본격화하지 않은 대형 과제 중 하나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현재 KF-21의 가시거리 밖(BVR) 공중전을 담당하는 핵심 무장은 유럽 MBDA의 ‘미티어’다. 한국이 개발하려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도 장거리 비행 뒤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추진체계를 목표로 해 이른바 ‘한국판 미티어’로 불린다.

해외에서도 관련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에비에이션위크는 지난 1일 KF-21의 미티어 통합을 운용 기반 확대 사례로 소개했다. 동시에 영국이 2035년대 위협에 대응할 미티어 후속 무기 개발에 나섰다며 중국의 신형 공대공무기 등장도 개발을 재촉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의 국산화 역시 세계적인 장거리 공중전 무장 경쟁과 맞물린 셈이다.

국산화에 성공하면 미티어를 곧바로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KF-21의 무장 선택지를 넓히고, 해외 업체의 공급 일정이나 수출 승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KF-21과 국산 미사일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다는 점도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누가 한국판 미티어를 만들 것인가’가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어떤 업체들이 실제 제안서를 냈고 어떤 형태로 팀을 꾸렸는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제안서 접수가 마감된 만큼 실제 경쟁 구도가 확인되면 KF-21의 핵심 무장 사업을 둘러싼 수주전도 본격적인 승부에 들어간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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