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없어도 배부른 느낌” “정신적 배달”…중국까지 번진 ‘가상 배달앱’ [여기는 중국]

수정 2026-09-03 16:37
입력 2026-09-03 15:51
중국에서 실제 배달은 오지 않는 가짜 배달앱이 유행하고 있다. 중웬망 캡처


실제 배달앱처럼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지만 결제도, 배달도 이뤄지지 않는 ‘가상 배달 서비스’가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3일 중국 훙싱자본국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가상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층의 경험담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28세 남성 장모씨는 한 가상 배달 미니프로그램을 이용해 밀크티와 꼬치구이, 마라탕 등 6건을 연달아 주문했다. 화면에는 음식점과 메뉴, 주문 접수부터 배달까지의 과정이 표시됐지만 실제 음식은 오지 않았고 비용도 내지 않았다.

장씨는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배달앱을 켤 때가 많다”며 “주문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돈을 쓰지 않고 살이 찔 걱정도 없어 좋다”고 말했다.

26세 여성 천모씨도 “가짜 주문이지만 ‘시켰으니 먹은 셈’이라고 생각하면 먹고 싶은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정신적 배달’ 또는 ‘사이버 스트레스 해소’라고 부르고 있다.



이 같은 가상 배달 서비스가 먼저 화제가 된 곳은 한국이다. 국내 엑스(X) 이용자 ‘말희’는 지난 3월 ‘배달 중독 치료 시뮬레이션’을 표방한 웹사이트 ‘음식만안와요’를 공개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치킨과 떡볶이, 마라탕, 라멘, 파스타 등 15개 가상 음식점의 40여개 메뉴가 나온다. 이용자는 메뉴의 맛과 크기를 고르고 토핑까지 추가해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가상 결제를 마치면 배달원이 배정되고 지도에서 이동 경로도 확인할 수 있다. 몇 분 뒤 ‘배달 완료’ 알림이 뜨지만 실제로 음식이 도착하거나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는다.

한국의 가상 배달 서비스가 화제가 되자 중국에서도 비슷한 앱과 미니프로그램이 잇달아 등장했다. 한 독립 개발자는 한국 사이트를 보고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일주일 만에 유사한 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앱 역시 메뉴 선택부터 주소 입력, 배달 추적까지 실제 배달 플랫폼과 비슷하게 구현됐다. 고양이와 강아지, 판다가 가상 배달원으로 등장해 지도 위를 돌아다니는 기능도 들어갔다.

다만 가상 배달 서비스가 장기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이용자는 “메뉴가 다양하지 않고 음식 사진에서도 AI로 만든 흔적이 보여 몇 차례 이용하면 흥미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관련 앱을 만든 한 개발자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것과 달리 실제 다운로드 수는 많지 않다”며 “감정적 만족을 겨냥한 서비스는 신선함이 사라지면 이용자도 빠르게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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