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로맨스 스캠’에 빠져 거액 빚”…말레이시아 일가족 4명의 비극 [여기는 동남아]

수정 2026-09-02 15:48
입력 2026-09-02 15:48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장은 유서 내용을 토대로 아내의 로맨스 스캠 피해와 그로 인한 가정 내 갈등 및 채무 압박이 이번 비극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The Vibes 캡처


최근 말레이시아의 한 고급 주거 단지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 배경에 온라인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과 막대한 빚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남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아내가 사기범과 계속 연락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7일 쿠알라룸푸르 데사 파크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남성 A(48)씨가 아파트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집 안에는 아내(47)와 9세 딸, 7세 아들이 각각 다른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내와 어린 두 자녀의 몸에서는 흉기에 의한 치명적인 상처가 발견됐으며 현장 안방 서랍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장갑이 회수됐다.

사건 현장 식탁 위에서 발견된 A씨의 유서에는 이번 비극을 초래한 충격적인 전말이 담겨 있었다.



유서에 따르면 A씨의 아내는 최근 온라인 로맨스 스캠 사기단에게 속아 막대한 재산을 잃고, 사채까지 끌어 쓰면서 가족에게 26만 링깃(약 8800만 원)에 달하는 빚과 손실을 안겼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아내가 사기꾼에게 속아 거액을 날린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기꾼과 연락을 시도한다“며 ”지금 상황이 너무나 어렵고, 어린 자녀들을 볼 낯이 없어 극심한 수치심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가족 사업체를 운영하던 경영자였던 A씨는 아내의 로맨스 스캠 피해로 인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와 가정 파탄의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장은 ”유서 내용을 토대로 아내의 로맨스 스캠 피해와 그로 인한 가정 내 갈등 및 채무 압박이 이번 비극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이들 부부가 로맨스 스캠뿐만 아니라 불법 투자 사기(다단계 피싱)에도 깊이 연루되어 있었던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초 로맨스 스캠으로 시작된 비극 뒤에 이중의 금융 사기 덫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 가정을 완전히 파멸로 몰고 간 이번 사건에 현지 사회의 충격과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종실 동남아 통신원 litta74.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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