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야 만날 수 있는 숨은 비경, 서귀포 엉또폭포 [두시기행문]
수정 2026-09-02 15:47
입력 2026-09-02 15:47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깊숙한 숲속에 자리 잡은 엉또폭포는 평상시에는 바위 틈새만 살짝 드러낼 뿐 물 한 방울 보기 힘든 신비로운 곳이다. ‘엉’은 제주 방언으로 굴을 뜻하고, ‘또’는 작은 입구를 이르는 말로, 거대한 붉은 기암절벽의 굴속에서 쏟아지는 폭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중 아무 때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많은 비가 내린 직후에만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행운의 폭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며 제주 올레길 7-1코스이자 서귀포 70경 중 하나이다. 짙은 녹음이 우거지고 때때로 거센 빗줄기가 지나가는 여름날, 수풀 사이를 헤치고 마주하는 엉또폭포의 풍경은 그 자체로 특별한 설렘을 안겨준다.
엉또폭포 탐방의 묘미는 울창한 귤밭과 숲길을 지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폭포를 향해 걸어가는 데 있다. 초입의 아늑한 길을 벗어나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귓가를 때리는 거칠고 우렁찬 물소리가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침내 눈앞에 다다르면, 50여 미터에 달하는 아찔한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은빛 물줄기가 짙푸른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쏟아지는 물보라가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고, 사방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특히 엉또폭포 주변의 숲길과 전망대 구석구석을 거니는 시간은 고요한 사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폭포로 향하는 길목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무인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비 갠 뒤 산뜻하게 씻긴 숲속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엉또폭포의 매력이다. 거친 폭포 소리를 뒤로하고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차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엉또폭포 인근으로 아기자기한 감성 카페들이 모여 있는 수모루 거리나 고즈넉한 중문 1동의 마을 길을 거닐거나, 맑고 투명한 바다가 펼쳐지는 가까운 해안가로 발걸음을 옮겨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주변의 풍경들은 여행의 흥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준다. 또한 제주의 별미인 몸국이나 고기국수, 혹은 매콤칼칼한 갈치조림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푹 끓여낸 진하고 따뜻한 국물 요리는, 여름날의 습한 공기와 빗속 산책으로 지친 몸을 속 깊이 보듬어준다.
글·사진 김희중 칼럼니스트 iong5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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