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앞 2㎞서 “한 치도 못 준다”…대만 총통 최전선으로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8-23 16:53
입력 2026-08-23 16:53

라이칭더, 1958년 中 포격전 68주년 맞아 진먼섬 방문
“평화는 힘으로 지켜”…내년 국방예산 1조 대만달러 돌파

23일(현지시간) 대만 진먼섬에서 열린 ‘8·23 포격전’ 68주년 추모 헌화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가운데). 진먼섬은 1958년 중국군의 대규모 포격으로 제2차 대만해협 위기가 벌어진 최전선이다. EPA 연합뉴스


중국 본토와 불과 2㎞도 떨어지지 않은 대만의 최전선 진먼섬에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을 향해 영토를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68년 전 중국군의 대규모 포격으로 제2차 대만해협 위기가 시작된 현장을 직접 찾은 그는 “평화는 힘으로 지켜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대만 총통부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폭우 속에서 진먼섬을 찾아 1958년 ‘8·23 포격전’ 68주년 추모행사를 주재했다. 진먼섬은 가장 가까운 곳이 중국이 통제하는 지역과 약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표적인 대만의 최전선 지역이다.


라이 총통은 전사자 추모공원에 헌화하고 참전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대만해협의 평화를 지키려는 우리의 결의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는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1958년 전투가 “힘을 통해 평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가장 좋은 증거”라고 강조했다. 대만과 진먼·마쭈 등 어느 영토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68년 전 中 포탄 쏟아진 최전선…마지막 대규모 양안 교전
1958년 중국군이 대만 진먼섬을 향해 포격하고 있다. 중국군은 그해 8월 23일 대규모 포격을 시작해 제2차 대만해협 위기를 촉발했다. 바이두 캡처




진먼섬은 1949년 중국 내전에서 중국 국민당 정부가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이동한 뒤에도 대만이 계속 통제해 온 섬이다. 대만 본섬에서는 약 270㎞ 떨어졌지만 중국 푸젠성 샤먼과는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특히 1958년 8월 23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진먼과 마쭈에 대규모 포격을 시작하면서 제2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중국군은 한 달 넘게 포격을 이어갔고 해상·공중에서도 양측이 충돌했다.

대만군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대응했고 결국 중국군은 섬을 장악하지 못했다. 양측의 대규모 군사력이 직접 맞붙은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전투는 교착 상태로 끝났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지금까지도 평화협정이나 정전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

대만은 매년 8월 23일을 중국의 공격을 막아낸 날로 기념하고 있다. 라이 총통은 이날 당시 참전용사들이 “공산 전체주의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웠다”고 평가했다.

68년이 흘렀지만 진먼을 둘러싼 긴장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 해경은 2024년 초부터 대만이 통제하는 진먼 주변 수역에서 이른바 ‘법 집행 순찰’을 정례화했다. 대만은 이를 중국의 ‘회색지대 압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평화는 힘으로 지켜”…국방예산 첫 1조 대만달러 돌파
지난 10일(현지시간) 대만 펑후에서 열린 연례 한광훈련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대만군 M60A3 전차들. 한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며 거대한 포구 화염을 뿜어내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해 국방예산 확대와 전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라이 총통은 이날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진먼에 그치지 않고 대만해협과 제1도련선,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권위주의 세력은 지난 68년 동안 단 하루도 외부로 팽창하려는 야심을 멈춘 적이 없다”며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라이 총통을 ‘분리주의자’라고 비판해 왔다. 라이 총통은 중국의 주권 주장을 거부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대만 정부가 국방비를 빠르게 늘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만이 편성한 내년도 전체 국방예산은 1조 1225억 대만달러(약 48조 9000억원)로 사상 처음 1조 대만달러를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의 3%를 웃도는 규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연례 한광훈련에서 대만군 장병이 장갑차 위에서 기관총 사격을 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해 실전형 훈련과 전력 강화를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은 늘어난 국방비를 미사일과 무인기, 자체 잠수함 등 전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라이 총통은 이날도 야당과 국민에게 국방예산 확대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대만군은 중국의 해상 봉쇄 등을 가정한 대규모 한광훈련도 실시했다. 중국군의 군용기와 함정 활동이 대만 주변에서 일상화된 가운데 대만은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기 등 비대칭 전력을 늘리며 중국의 공격 비용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68년 전 중국군의 포탄이 쏟아졌던 진먼섬을 다시 찾은 라이 총통이 국방비 확대와 ‘영토 불양보’를 동시에 강조하면서 양안의 군사적 긴장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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