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테러범’에 아이들 바닥에 엎드려…러 유치원 대테러 훈련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8-20 22:25
입력 2026-08-20 22:25

무장 괴한 침입 가정해 인질·총기 상황까지 재현
러 전역 유치원·학교로 대테러 훈련 확대

러시아의 한 유치원에서 진행된 대테러 훈련에서 검은 복면을 쓴 ‘테러범’ 역할의 인물이 총을 겨누자 아이들과 교사가 바닥에 엎드려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치원과 학교를 대상으로 무장 공격과 인질 상황 등을 가정한 대테러 훈련을 실시했다. 텔레그래프 캡처


러시아 유치원과 학교에서 무장 괴한의 침입과 인질 상황을 가정한 대테러 훈련이 실시됐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바닥에 엎드린 채 총을 든 ‘테러범’ 역할의 인물을 마주하는 장면까지 재현됐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와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의 학교와 유치원은 전날부터 이틀간 대테러 훈련을 진행했다. 유치원까지 포함한 전국 단위 훈련은 러시아 교육부 지침에 따라 진행됐다.


공개된 사진에는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바닥에 엎드려 있거나 좁은 공간에 몸을 숨기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훈련에서는 무기를 든 인물이 아이들과 교사를 인질로 잡는 상황도 재현했다.

러시아 교육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교사와 학교 관리자, 경비 인력이 인질극과 방화, 드론 공격 등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점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알렉산드르 부가예프 러시아 교육부 차관은 앞서 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치원까지 대상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인질극·방화·드론 공격까지…유치원도 훈련 대상
러시아의 한 유치원에서 대테러 훈련에 참여한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 몸을 웅크린 채 머리를 감싸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무장 괴한 침입과 인질 상황 등을 가정한 훈련을 유치원과 학교에서 실시했다. 노바야 가제타 캡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학교와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한 비상대응 훈련 범위를 넓혀왔다. 지난해에도 학교와 점령지 교육시설 등에서 인질 상황과 드론 공격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유치원까지 훈련 대상에 포함되면서 어린아이들이 직접 인질 상황을 재현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메두자는 일부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바닥에 엎드린 채 무기를 겨눈 인물을 마주했고, 다른 아이들은 창고나 보조 공간에 숨어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사전에 밝힌 주요 점검 대상은 교직원과 관리자, 경비 인력의 대응 절차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훈련 장면에 직접 참여한 사례가 확인됐다. 부가예프 차관은 이번 훈련이 유치원에서 처음 실시된다고 설명했지만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훈련 중 섬광탄 폭발…교사 4명 부상
러시아의 한 유치원에서 대테러 훈련에 참여한 아이들과 교사가 무장 공격 상황을 가정해 몸을 낮춘 채 대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 교실에서는 가구를 쌓아 출입구를 막는 훈련도 진행됐다. 노바야 가제타 캡처


강도 높은 훈련은 실제 사고로도 이어졌다.

러시아 모스크바주 세르코보의 제21학교에서는 지난 18일 대테러 훈련 도중 섬광탄이 폭발해 교사 4명이 다쳤다. 훈련 과정에서 창문을 통해 투척한 섬광탄이 교실 안 탁자 위에 떨어진 뒤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들은 눈 부위 상처와 찰과상 등을 입었다. 이 가운데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외래 치료를 받았으며 모스크바주 검찰은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학교 현장에서 대비하는 위협이 총기·인질 사건을 넘어 드론 공격까지 확대됐다는 점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후방 지역에서도 드론 공격이 잇따르자 교육시설의 비상대응 절차에도 전쟁 상황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유치원생까지 실제 무장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훈련에 참여시키는 것을 두고는 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훈련 과정에서 실제 부상자까지 발생하면서 안전 관리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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