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뜨자 전투기 4대 ‘우르르’…나토, 골머리 앓는 이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8-18 16:10
입력 2026-08-18 16:10

드론 1대에 이탈리아·튀르키예 전투기 4대 긴급 출격
반복되는 영공 침범에 나토, 고가 전투기 대응 딜레마

2022년 4월 7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미하일 코갈니차누 공군기지 상공에서 미 공군 F-16과 루마니아 공군 F-16, 이탈리아 공군 유로파이터 타이푼, 영국 공군 타이푼이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나토는 최근 라트비아 영공에 들어온 드론 1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탈리아 유로파이터 2대와 튀르키예 F-16 2대 등 전투기 4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미 공군 테크니컬 서전트 메이슨 L. 엘먼·위키미디어 커먼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라트비아 영공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드론 1대를 잡기 위해 전투기 4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자전 여파로 드론이 나토 영공을 넘나드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값비싼 전투기를 반복적으로 띄워야 하는 나토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동부 영공에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드론 1대가 진입했다. 나토는 리투아니아에 배치된 이탈리아 공군 유로파이터 2대와 에스토니아 기지의 튀르키예 공군 F-16 2대를 출격시켰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 유로파이터 1대가 드론을 식별한 뒤 격추했다.


드론은 러시아 국경에서 약 35㎞ 떨어진 라트비아 루가이 인근 상공으로 들어왔다. 라트비아군은 추락 잔해를 찾기 위해 주변 숲을 수색했지만 지형이 험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라트비아 국방부는 드론의 출처를 즉시 특정하지 않았다.

라트비아 측은 다만 이번 침범이 러시아의 전자기전 활동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장거리 공격 드론의 위성항법장치(GPS)를 교란하면서 일부 드론이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주변 나토 회원국 영공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런 사례가 올여름 거의 매주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론 한 대에 유로파이터·F-16까지
발트해 영공초계 임무에 투입된 이탈리아 공군 유로파이터 F-2000A 타이푼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나토는 최근 라트비아 영공에 들어온 드론 1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탈리아 유로파이터 2대와 튀르키예 F-16 2대 등 전투기 4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이탈리아 공군 제공




이번 대응이 주목받은 것은 드론 1대에 투입한 전력 때문이다. 나토는 유로파이터와 F-16 등 고성능 전투기 4대를 동시에 띄웠다. 드론 자체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비교적 저렴한 무기지만, 이를 탐지하고 요격하려면 고가 전투기와 미사일, 지상 방공체계를 동원해야 한다.

WSJ는 이런 대응 방식이 나토의 군사적 회복력뿐 아니라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값싼 드론을 상대하기 위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거나 고가의 방공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은 장기간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슷한 사건은 불과 이틀 뒤 또 발생했다. 16일 몰도바에서 루마니아 영공으로 들어온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스페인 공군 F-18 전투기 2대가 출격했고 이 가운데 1대가 드론을 격추했다. 나토는 당시 이 드론이 러시아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토는 이에 따라 전투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지상 기반 요격체계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나토 관계자는 루마니아를 비롯한 회원국들이 드론 대응을 위한 지상 요격장비를 추가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 잃은 드론인가, 나토 방공망 떠보나”
2026년 3월 25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동부 크라슬라바 지역에서 발견된 우크라이나 드론 잔해. 라트비아군은 러시아 방향에서 자국 영공으로 들어온 드론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기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인명 피해나 민간 기반시설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라트비아군 제공


문제는 모든 영공 침범을 단순한 우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항법을 교란한 결과 일부가 나토 영공으로 흘러들 수 있지만, 서방 군 당국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드론을 보내 유럽의 방공망을 시험할 가능성도 경계한다.

발트 3국에서는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드론이 여러 차례 추락하거나 격추됐다. 지난 5월에는 루마니아 F-16이 에스토니아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고, 6월에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라트비아에서 또 다른 드론을 떨어뜨렸다. 핀란드에서도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드론 2대가 추락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파 방해가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과했다.

동시에 발트 국가들은 러시아가 탈취한 우크라이나 드론을 이용해 ‘가짜 깃발’ 공격을 벌일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와 천연가스 시설, 댐 등 주요 기반시설 주변의 경계를 강화했다.

나토로서는 드론 한 대를 그냥 지나치기도 어렵다. 실제 공격용인지, 전자전 때문에 항로를 이탈한 것인지 즉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침범 때마다 고가 전투기를 여러 대씩 띄우는 방식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싼 드론이 전장의 핵심 무기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이제는 나토 방공망의 비용 구조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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