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대형 바지선까지 강제 침몰…원전 냉각수 얻기 위해 ‘해전’ 중인 헝가리

박종익 기자
박종익 기자
수정 2026-08-16 15:00
입력 2026-08-16 15:00
페테르 마자르 헝가리 총리가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침몰하는 바지선 사진. 헝가리 총리실 제공


유럽 전역에 닥친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다뉴브강이 메마르자 루마니아에 이어 헝가리도 바지선을 강제로 침몰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부다페스트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16일(현지 시간) 헝가리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길이 80m 바지선 두 척을 침몰시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15일 페테르 마자르 헝가리 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바지선 사진을 공개하고 “팍시 원자력발전소 인근 다뉴브강에 대형 바지선 2척을 침몰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우리 목표는 현재 가동 중인 두 개의 터빈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팍시 원전은 원자로 4기 중 1기만 가동 중인데, 이는 냉각수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원전은 가동 중에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다량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뉴브강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냉각수를 빨아들이는 흡입구(취수구)의 높이보다 강 수위가 더 낮아져 하나둘씩 가동을 중단했으며 나머지 1기마저 멈출 위기에 처했다.

지난 15일 헝가리군 소속 헬리콥터가 콘크리트 블록을 강에 떨어뜨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에 헝가리는 루마니아 사례를 벤치마킹해 마치 군사 작전을 하듯 돌을 가득 실은 바지선을 침몰시켜 일종의 댐 역할을 유도했으며, 5000톤의 콘크리트와 바위까지 물속에 쏟아부었다. 이 노력으로 현재 펌프장 수위가 1㎝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헝가리 정부가 극단적인 조치로 수위를 일시적으로 올리기는 했으나 안정적으로 계속 원전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같은 위기를 겪은 루마니아 정부는 체르나보다 원전 가동을 위해 대형 바지선을 4척이나 다뉴브강에 침몰시키고 강바닥 암반을 폭파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원전 인근 수위가 8㎝나 상승하는 효과를 봤으나 원전 가동을 9일 더 연장하는 데 그쳤다. 루마니아는 결국 13일 체르나보다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향후 10일 이내에는 재가동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동부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에 침몰한 나치 군함이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 연합뉴스


2850㎞에 달하는 다뉴브강은 10개국에 걸쳐 유럽의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동맥으로 경제, 역사, 문화의 탯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여름철 극한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평균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내려가면서 원전 가동은 물론 유럽 내륙 수송망 전체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역사의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먼저 지난달 말 불가리아에서는 마지막 빙하기 시대 살았던 어린 털매머드의 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또한 불가리아-루마니아 접경에서는 1700년 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교량 잔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세르비아 동부 항구 도시 프라호보 인근에서는 80여 년 전 침몰한 나치 군함 수십 척이 수면 위로 솟아올랐으며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나치 군인 2명의 유해와 오토바이가 발견됐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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