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최강 포식자 ‘검치호랑이’도 아팠다…척추 종양 증거 발견 [다이노+]

수정 2026-08-10 17:13
입력 2026-08-10 13:46
이번에 발견된 척추 종양의 증거. 파란색 화살표가 척추 구멍이 늘어난 흔적. 휴고 슈뫼켈 박사 제공


빙하기 북미 대륙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거대한 포유류들이 살고 있었다. 매머드와 거대한 송곳니를 지닌 검치호랑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검치호랑이는 긴 송곳니를 지닌 호랑이 한 종이 아니라 검치를 지닌 고양잇과의 여러 포식자를 통칭하는 용어다. 그 가운데 마지막 빙하기에 북미 대륙에 군림했던 ‘스밀로돈’(Smilodon)이 검치호랑이의 대명사로 여겨질 만큼 유명하다.

스밀로돈은 스밀로돈 포풀라토르(S. populator), 스밀로돈 파탈리스(S. fatalis), 스밀로돈 그라킬리스(S. gracilis) 등 3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는 무려 28㎝에 달하는 거대한 칼날 같은 이빨을 지닌 종으로 유명하다. 물론 나머지 2종도 지금은 볼 수 없는 긴 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스밀로돈은 멸종 직전 다양한 질병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에비덴시아 아카데미와 취리히 대학교의 휴고 슈뫼켈 박사와 동료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라 브레아 타르 핏에서 발굴된 수많은 스밀로돈의 뼈 화석을 분석했다. 라 브레아 타르 핏은 끈적끈적한 타르가 나오는 구덩이로 당시 많은 동물이 여기에 빠져 죽은 후 화석화됐다.

연구팀은 스밀로돈 파탈리스 849마리의 성체에 포함된 3722개의 척추뼈를 분석해 생각보다 많은 척추 기형의 증거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잘못 형성된 흔적이 있는 척추뼈의 개수가 무려 226개에 달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매우 드문 척추 종양의 증거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척추뼈 3개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인 추간공이 넓어진 것을 발견했는데, 매끄럽게 재형성된 표면을 가진 점으로 봐서 종양의 흔적으로 해석된다. 척추 종양이 자라면서 주변 뼈를 압박하면 구멍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척추 종양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현대의 동물과 인간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서는 10만 명당 약 0.22~0.38건으로 매우 드문 형태의 종양이고 다른 동물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드물다. 그러나 라 브레아 타르 핏에서 발굴된 스밀로돈에서는 10만 마리당 353건으로 이보다 1000배 발병률이 높았다.

이렇게 척추 종양이 생긴 경우 해당 부위의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척추 신경 압박으로 인한 사지 보행 장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 있는 검치호랑이는 사냥이 쉽지 않기 때문에 타르 구덩이에 빠진 초식동물을 쉬운 먹이로 보고 사냥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이 좋으면 타르 구덩이에서 먹이를 건질 수 있겠지만, 만약 실수하면 같이 구덩이에 빠져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척추 이상이 흔할 뿐 아니라 드문 척추 종양까지 흔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 당시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쇠락해가던 스밀로돈의 멸종 징후라고 보고 있다.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근친교배가 흔해지고 이로 인해 드문 기형이나 돌연변이에 의한 질병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 인해 점점 더 숫자가 줄어들어 근친교배가 더 자주 일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가 최종적으로 멸종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오래전 빙하기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최근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서식지가 서로 단절된 호랑이, 사자, 늑대 등 대형 육식동물들이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 간의 번식 횟수가 증가하면서 비슷한 척추 기형들이 더 자주 보고되고 있다. 검치호랑이처럼 이들도 멸종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경고다. 더 이상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보호하고 고립된 집단 간 교류를 촉진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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