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수출은 옛말…중국 AI 기업, 이젠 ‘토큰’ 수출한다 [여기는 중국]

수정 2026-07-22 15:51
입력 2026-07-22 15:51
WAIC에 마련된 ‘토큰 수출’ 영문 전용 전시 구역. 제멘신문 캡처


세계 시장 54% 차지

AI 코딩·에이전트가 주요 고객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판매했다면, 이제는 AI가 답변하거나 코드를 짤 때 사용하는 기본 단위인 ‘토큰’을 상품처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열린 상하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지난 19일 중국 제멘신문이 전했다. 토큰은 더 이상 AI 사용량을 계산하는 단위가 아닌 가격을 매겨 해외에 판매하는 디지털 상품이 됐고, 토큰을 생산해 가격을 정하고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했다.

대회 컴퓨팅 전시장에는 ‘토큰 수출’(Token Export)을 내건 영문 전용 구역까지 마련됐다. 컴퓨팅 자원을 표준화된 토큰 서비스로 만들어 해외에 공급하는 사업을 소개하는 곳이다. 현장에는 중동을 비롯한 해외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규모 AI 모델 개발사와 인터넷 기업이 모인 H1 전시장에도 이른바 ‘토큰 공장’을 내세운 업체들이 대거 자리 잡았다.

중국 국가데이터국에 따르면 중국의 하루 평균 AI 토큰 호출량은 2024년 초 약 1000억 개에서 2026년 3월 140조 개 이상으로 늘었다. 2년여 만에 140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 자료에서도 중국 AI 모델이 전 세계 토큰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미국 모델의 점유율 41.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코딩 분야에서는 중국 모델의 비중이 67.6%에 달했다.

토큰 공장의 주요 고객은 중국과 해외의 개인 개발자와 기업으로 가장 큰 시장은 AI 코딩 분야다.

AI 코딩은 복잡하고 긴 문맥을 처리해야 해 추론 엔진의 성능이 중요하다. 일부 프로그래밍 작업에서는 이용자가 입력하는 원본 데이터만 100만 토큰을 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토큰 공급 업체들이 캐시와 추론 성능, 문맥 압축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WAIC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AI 에이전트도 토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여러 단계를 거쳐 하나의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대량의 토큰을 사용한다. 일부 기업은 보안을 위해 외부와 분리된 실행 환경도 요구한다.

중국 토큰 업체의 무기는 성능과 가격이다.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PPIO 관계자는 “중국산 모델과 해외 모델의 성능 차이는 줄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은 중국 모델이 앞선다”고 말했다.

개발 인력이 풍부해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비용을 해외 기업보다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소스 전략도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큐원(Qwen), 키미(Kimi), 즈푸AI, 미니맥스(MiniMax) 등 중국의 주요 AI 기업들은 자사 모델을 잇달아 개방하고 있다.

중국산 AI 반도체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WAIC 참가 기업들에 따르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AI 반도체가 모델 추론 서비스에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다.

고성능 모델을 훈련할 때는 여전히 첨단 반도체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학습을 마친 모델이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 분야에서는 중국산 반도체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제품 수출’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 AI 기업들은 완제품을 넘어 AI가 작동할 때마다 소비되는 토큰까지 해외에 판매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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