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닿을 듯한 순간 [으른들의 미술사]

수정 2026-07-22 15:50
입력 2026-07-22 15:50
오귀스트 로댕, ‘대성당’, 1908, 브론즈 캐스트, 64x29.5x31.8cm, 로댕미술관


●제목의 비밀

이 작품을 언뜻 보면 한 사람의 손인지, 두 사람의 손인지 감이 안 잡힌다.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오른손 두 개가 기댄 작품이다. 또한 왜 ‘손’이나 ‘결합’ 등의 제목이 아니라 ‘대성당’인지도 의아하다.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이 조각한 이 작품은 두 개의 오른손이 서로 맞닿으며 만들어내는 형태에서 그 제목이 유래했다. ‘대성당’은 원래 ‘결합의 아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후 로댕이 1914년 건축 에세이 『프랑스의 대성당』 출간을 계기로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중세 프랑스 대성당들에 대한 로댕의 미학적 해석과 애정을 담은 책으로서 손 조각 ‘대성당’이 영적인 건축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대성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품의 제목이 ‘대성당’이라는 점은 해석의 방향을 넓힌다. 이 작품에 눈에 보이는 건축은 존재하지 않지만, 두 개의 오른손이 만들어내는 ‘대성당’의 곡선은 고딕 성당의 천장 곡선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보면 손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은 성당 내부의 신성한 공간처럼 해석된다. 로댕은 빈 공간의 역할을 중시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두 손의 형태보다 두 손의 닿을 듯 말 듯 한 그 사이의 공간이 울림을 만든다.

손과 손 사이의 빈 공간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로 채워진다. 특히 손끝이 닿지 않는 미세한 거리감은 인간이 끝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영역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는 중세 성당이 빛을 통해 신성함을 드러냈던 방식과도 닮아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손이라는 신체를 통해 손에 잡히지 않는 의미를 구현해 냈다.

●맞닿기 직전의 긴장



이 조각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로댕은 수많은 손 조각을 따로 만들어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조합으로 작품을 구성하곤 했다. ‘대성당’ 역시 서로 다른 손 조각 두 개를 선택해 결합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 손들은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어느 날 우연히 조합된 세트 상품인 셈이다.

‘대성당’은 두 개의 오른손이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채 멈춰 있는 형상이다. 손끝은 닿을 듯하지만 결코 닿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빈 공간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로댕은 인체의 일부를 통해 전체를 말하는 데 능숙했으며, 특히 손은 감정과 의지를 응축하는 장치로 다루어졌다. 이 조각에는 긴장과 기대, 그리고 미완의 아쉬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완전한 접촉보다 닿지 않은 긴장 속에서 더 강한 울림이 발생한다.

이 조각에서 손은 특정 인물의 것이 아니다. 얼굴도, 신체도 없이 오직 손만 남겨진 상태에서, 개인적 정체성은 지워지고 보편성이 드러난다. 즉 이 손은 특정인의 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우리 이야기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미완의 아름다움

이 조각은 미완의 작품이다. 완성은 오히려 끝을 의미하지만, 이 조각은 끝내 완성되지 않음으로써 더 오래 지속된다. 손끝 사이에 머무는 미세한 공기는 말하지 않은 감정과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가능성을 품는다. 그 닿지 못한 끝에서 감정은 오히려 가장 또렷해진다. 손끝 사이에 머무는 망설임은 스쳐 지나간 순간보다 더 오래 남아,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건드린다. 결국 우리는 닿은 기억보다 닿지 못한 순간을 더 깊이 간직한다. 그래서 이 두 손은 끝내 만나지 못한 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긴 이야기를 속삭인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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