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는 나라라더니…다카이치, 핵 반입 금기 깨나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7-07 17:44
입력 2026-07-07 17:25

다카이치, 비핵 3원칙 중 ‘반입 금지’ 재검토 가능성 시사
연립여당은 나토식 핵 공유 요구…연말까지 안보 문서 개정 논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 편대, 일본 국회의사당을 합성한 이미지. 다카이치 총리 사진은 지난달 13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유럽 순방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모습이다. 지지통신·AFP 연합뉴스, 켄 세데노·AFP 연합뉴스, 위키미디어 커먼스(Wiiii, CC BY-SA 3.0)


일본이 전후 안보 정책의 상징으로 지켜온 ‘비핵 3원칙’을 흔들기 시작했다. 북한과 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자 미국 핵무기의 일본 반입을 금지한 조항까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집권 세력 안에서 나오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연내 개정을 추진 중인 3대 안보 문서에 대해 “모든 과제를 확실히 논의의 장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과정에서 비핵 3원칙 가운데 미국 핵무기의 일본 반입을 금지한 조항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 소속 마쓰자와 시게후미 의원이 비핵 3원칙의 재검토 필요성을 묻자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구체적인 방향이나 결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제조하지 않으며 일본 영토에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1967년 국회에서 처음 제시했고 일본 중의원은 1971년 이를 결의로 채택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비핵 3원칙을 사실상 국시로 유지해왔다.



일본은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대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반입 금지’ 원칙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처럼 미국의 전술핵을 자국 영토에 배치하는 핵 공유 방식은 금기시해왔다.

연립여당 “핵 반입 금지 고집하면 억지력 약화”
한미일 공군 전투기와 미국의 핵 탑재 가능 전략폭격기 B-52H가 2023년 10월 22일 한반도 남쪽 한일 방공식별구역 중첩 구역에서 첫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위쪽부터 한국 공군 F-15K 2대, 미국 공군 F-16 2대와 B-52H, 일본 항공자위대 F-2 2대. 미 공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유신회는 최근 정부에 제출한 3대 안보 문서 개정 제언에서 비핵 3원칙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효과를 높이려면 핵무기 반입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쓰자와 의원은 “핵 반입 금지 조항을 고집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나토식 핵 공유나 미군 핵무기의 일본 기항·배치 가능성까지 논의하자는 취지다.

일본유신회의 입장은 자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자민당은 미국 핵 억지력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핵 반입 금지 원칙의 재검토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두 당의 입장 차이를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두 당의 제언 내용에 차이가 있어 당혹스러웠다”며 “연말까지 검토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저서에서 핵 반입 금지 원칙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 내 반핵 여론과 자민당 안팎의 반발을 고려해 총리 취임 이후에는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북한 핵 위협 속 일본 안보정책 변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지난 6일 전략핵잠수함에서 태평양을 향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발사가 연례 훈련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투명성 부족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제공


일본 정치권이 비핵 3원칙 재검토를 거론하는 배경에는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도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태평양 공해로 시험 발사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과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를 연말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는 반격 능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 장거리 미사일 배치뿐 아니라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비핵 3원칙을 실제로 수정하려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피폭국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왔으며 핵무기 반입을 허용할 경우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재검토 가능성을 명확히 닫지 않으면서 일본의 핵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연말 안보 문서 개정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핵무기의 반입을 막아온 오랜 금기를 실제로 손댈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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