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믿었다가 13조원 날릴라…은행·기업, 이란 거래에 벌벌 떠는 이유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30 09:02
입력 2026-06-30 09:02

美, 이란산 원유 판매·달러 결제 60일간 한시 허용
제재 다시 살아날까 금융권 주저…과거 BNP파리바 약 1조원 제재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며 손짓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미국 달러와 유조선, 국제 금융시장 그래프를 합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 판매와 달러 결제를 60일간 한시 허용했지만, 은행과 기업들은 제재 재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AI 합성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 판매와 달러 결제까지 허용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대이란 제재를 뒤집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은행과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믿고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거액의 제재금을 물 수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원유·연료 판매를 허용하고 동결자금 수십억 달러를 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명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MOU)는 양측이 합의한 일정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모두 해제하도록 했다.

미 재무부는 기술 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 기존 제재를 면제하는 일반허가 X도 발급했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 거래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길까지 열렸다.

그러나 이란이 휴전을 어겼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이후 미군이 다시 이란을 공격하면서 합의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60일 안에 거래 끝내도 은행은 ‘손사래’
2025년 4월 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밖에 월스트리트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판매와 달러 결제를 한시 허용했지만, 금융기관들은 향후 제재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우려해 거래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제재 전문가들은 60일 안에 모든 절차를 끝내는 일회성 거래는 가능하지만, 실제 결제를 맡을 은행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고문을 지낸 애덤 스미스는 “제재를 정확히 준수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은행과 중개기관이 거래 처리를 꺼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핵 개발과 역내 무장세력 지원 문제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제재를 받아왔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와 의회는 수백 건의 규제를 겹겹이 쌓아 한 번에 걷어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금융기관은 제재가 풀리는 과정에서도 일반 기업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인다. 합의가 깨지거나 정권의 정책이 바뀌면 이전에 허용된 거래까지 의회와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판매 대금을 미국이 통제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넣거나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만 쓰도록 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MOU에 들어 있지 않으며 이란은 이를 조롱하며 거부했다.

BNP파리바 약 1조원…제재 위반의 비싼 대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BNP파리바 본사 건물. BNP파리바는 2014년 이란과 수단 등을 상대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약 10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원의 합의금을 냈다. Boubloub·위키미디어 커먼스(CC BY-SA 4.0)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액의 제재금이다.

프랑스계 은행 BNP파리바는 2014년 이란과 수단, 쿠바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약 89억 달러의 합의·제재금을 냈다. 현재 환율로 13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글로벌 은행들도 과거 대이란 거래로 막대한 벌금을 부담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결제를 허용하려면 미국 대형 은행이나 미국 금융망과 연결된 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명확한 지침과 면책성 확인 없이 거래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도 재무부에 유권해석과 안내문 등 추가적인 보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60일짜리 허가만 믿고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다.

영구적인 제재 해제도 쉽지 않다. 2015년 제정된 이란핵협정검토법은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를 의회가 심사하도록 규정한다. 미 행정부가 이번 MOU를 핵 합의가 아니라고 주장해 의회 심사를 피할 경우, 강경파 의원들이 거래 기업과 은행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원유와 달러 거래의 문을 열었지만, 금융권은 그 문이 60일 뒤 다시 닫힐 가능성부터 따지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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