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진짜 끝장나나…기름 동나고 군대는 “크렘린에 총구”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28 17:25
입력 2026-06-28 17:25

전쟁비 폭증에 1~5월 재정적자, 지난해 연간치의 두 배
연료 부족으로 주유소 충돌…참전군인 “군대가 크렘린 겨눌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아세안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배경은 지난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네프트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기 위해 차량들이 줄지어 선 모습.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주요 정유시설의 생산 감소로 휘발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5년째 이어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정 악화와 연료 부족, 군 내부 반발이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했다. 전쟁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러시아가 오랫동안 내세워온 재정 규율도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 고문을 지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푸틴 체제의 쇠퇴는 궁정 쿠데타보다 재정 규칙 붕괴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의회는 최근 재무부가 정식 예산안이나 별도 입법 절차 없이 지출을 늘리고 국가 부채 한도를 넘겨 차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정부에 ‘백지수표’를 쥐여준 셈이다.

올해 1~5월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6%, 830억 달러(약 127조 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자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꺼내 쓰던 국부펀드도 전쟁 전보다 크게 줄었다.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러시아가 더 이상 전쟁비를 조달하면서 물가를 억누르고 경제 성장까지 유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쟁 비용을 국민에게 조용히 떠넘기고 국가 스스로 세운 규칙까지 중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비 메우려 국민·기업에 청구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습을 받은 모스크바 정유시설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정부가 주요 산업시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자 자체 방어시설 구축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존(TWZ) 엑스(X)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격도 러시아 경제의 부담을 키웠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 정유시설과 방산업체를 잇달아 타격하며 러시아 후방 깊숙한 곳까지 공세 범위를 넓혔다.

러시아 정부가 모든 시설을 보호하지 못하자 현지 기업들은 10억 달러(약 1조 5000억원) 이상을 들여 자체 방어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비용을 보전하지 않고 있다.

정유시설 피해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휘발유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운전자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섰고, 제한된 연료를 먼저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충돌까지 벌어졌다.

높은 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던 러시아 시민들은 연료난까지 겹치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전쟁비를 감당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커졌다.

참전군인 “군대가 크렘린 향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참전군인이라고 밝힌 알렉산드르 루닌이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생방송 면담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군대가 크렘린을 향해 무기를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다음 날 발언 수위를 낮췄다.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군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크라이나전 참전 경력이 있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 알렉산드르 루닌은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고문하고 가혹하게 다룬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생방송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군대가 크렘린을 향해 무기를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역 군인과 보안기관 관계자들의 불만을 대신 전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영상이 확산하자 크렘린도 해당 호소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루닌은 다음 날 “실제 반란을 준비했다면 공개적으로 경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조직적인 군사 반란 움직임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권력이 당장 무너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그러나 재정 악화와 생활고, 군 내부 불만이 동시에 쌓이면 정권 내부 세력들이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푸틴 체제가 가난하고 분노한 나라, 통제 불능의 금융체제, 지속할 수 없는 전쟁비를 향해 가고 있다”며 “정권의 끝은 누구도 이름 붙이기 훨씬 전부터 이런 쇠퇴에서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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