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 외치더니 한국만 키웠다?”…트럼프의 역설, K방산 세계 9위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22 21:57
입력 2026-06-22 21:57

유럽 나토 시장선 미국 이어 2위…빠른 납기·가성비·현지생산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6월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2022년 12월 폴란드에 처음 도착한 한국산 K2 흑표 전차와 K9A1 자주포.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유럽 방위비 증액 압박이 역설적으로 한국 방산의 시장 확대 기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PA 연합뉴스·폴란드 국방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결과가 역설적으로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기회로 이어졌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유럽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이고 자국 무기 생산을 우선하는 사이, 유럽 국가들이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무기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한국이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9위에 오르며 주요 무기 생산국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한화그룹과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4대 방산기업의 올해 합산 매출은 37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의 약 4배 수준이다.

미국이 비운 자리, 한국이 채웠다
한국 육군 K9 자주포들이 2011년 3월 포사격 훈련에서 일제히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K9은 폴란드·노르웨이·핀란드·에스토니아·루마니아 등 나토 회원국으로 수출되며 유럽 시장에서 K방산의 입지를 넓힌 대표 무기체계다. AFP 연합뉴스




한국 방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한 유럽의 무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한국은 이미 구축한 생산라인을 활용해 납기를 단축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 업체들은 무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유지·보수까지 묶은 협력 방안을 제시한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산과 러시아산 무기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높게 평가한다.

폴리티코는 북한의 상시적 위협에 대응해 방산 기술과 생산 기반을 키워온 한국이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를 바탕으로 신속한 공급 능력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면서 이런 준비 태세가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무기 공급 여력에 대한 불안도 한국에 기회가 됐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무기 재고를 소진하면서 미 방산업체들이 해외 주문보다 자국 물량을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폴란드서 입증한 K방산…일본도 수출 빗장 풀었다
2022년 12월 폴란드에 처음 도착한 한국산 K2 흑표 전차와 K9A1 자주포.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 방산은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제공


폴란드는 137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의 최대 방산 고객으로 떠올랐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했다.

오스카르 피에트레비치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 선임분석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독일의 소극적인 대응에 나토 동부 전선 국가들이 실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일이 군사 지원을 주저하는 동안 한국이 그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의 추격은 변수다. 일본은 최근 방위장비 수출 규칙을 완화하고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과 함정 이전·수출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2026년 3월 23일 필리핀 공군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전기로부터 인도받은 두 번째 FPS-3ME 고정식 방공 레이더를 공식 전력화하고 있다. 일본은 필리핀을 교두보로 방산 수출 확대에 나서며 한국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주필리핀 일본대사관·필리핀 공군 제공


필리핀에는 미쓰비시전기가 제작한 FPS-3ME 고정식 방공 레이더를 인도했다. 호주와는 일본산 호위함 수출을 추진하고 필리핀과는 해상자위대 중고 구축함 이전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해온 데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안보 협력도 강화해 왔다. 아직 한국처럼 대규모 수출 실적과 빠른 납기 체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함정과 레이더를 중심으로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K방산과의 경쟁이 거세질 수 있다.

폴리티코는 필리핀이 일본 무기 수출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의 시장 진입이 한국의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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