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은 못 풀고 돈줄부터 풀었다?…이란이 웃은 이유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22 15:18
입력 2026-06-22 15:00

미국, 이란산 원유 판매 허용·수십억달러 동결자금 해제 추진
호르무즈 개방 위한 ‘선불 유인책’…핵 협상 핵심 쟁점은 미해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의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원유 판매 허용과 동결자금 해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위협을 없애겠다며 4개월 동안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종 핵 합의의 핵심 조건은 풀지 못한 채 이란산 원유 판매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금 해제 카드를 먼저 꺼냈다.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이란을 협상장에 붙잡아 두기 위한 ‘선불 유인책’이다. 이란을 무릎 꿇렸다고 자평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테헤란의 돈줄부터 열어주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문을 열었으며, 해외에 묶인 이란 자금 수십억 달러를 풀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를 이란의 양보에 대한 최종 보상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협상 참여를 유도하는 초기 인센티브로 검토하고 있다.

이란도 스위스 회담 뒤 경제적 성과를 적극 부각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원유·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미국의 해상봉쇄가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동결자금 해제와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도 가동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란 측이 제시한 조치가 모두 확정됐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은 원유 판매 허용 범위와 동결자금 해제 방식 등을 계속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열게 하려 ‘돈줄’ 먼저 푼다
2026년 3월 23일 촬영된 자료사진으로, 돋보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협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원유 판매 허용과 동결자금 해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경제적 당근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이어지자 해협을 다시 막겠다고 압박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 정도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이란이 통항을 제한하면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걸프 국가의 에너지 수출도 흔들릴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회담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연락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양측은 우발적 충돌과 오판을 막는 소통 체계를 운영하고, 이번 주에도 중재국이 참석하는 실무협상을 이어간다.

이란은 전쟁을 거치며 호르무즈 통제력을 협상 지렛대로 바꿨다. 핵 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하지 않고도 원유 수출과 동결자금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셈이다.

돈은 먼저, 핵 양보는 아직
미국 민간 위성업체 밴터가 촬영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위성사진. 미국이 원유 판매 허용과 동결자금 해제 카드를 먼저 꺼낸 가운데,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AP 연합뉴스·밴터 제공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핵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고, 향후 20년 동안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이란은 자국에서 농축도를 낮추는 방안과 10년 정도의 농축 중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핵 문제와 제재, 합의 이행 감시 등을 다룰 실무그룹을 가동하고 60일 안에 최종 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축우라늄 처리와 농축 중단 기간에서 여전히 간극이 크다.

미국은 이란의 핵 양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적 보상을 먼저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다.

반면 이란은 핵 협상에 앞서 원유 수출과 동결자금이라는 실익을 얻을 기회를 잡았다. 전쟁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던 트럼프의 구상이 협상장에서는 돈줄을 먼저 풀어주는 거래로 바뀌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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