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 잠수함 따내려 LNG까지”…한국, 캐나다 수주 총력전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17 16:00
입력 2026-06-17 16:00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한화오션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에서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협력 등 산업협력 패키지도 함께 부각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이 함정 성능 경쟁을 넘어 에너지와 투자 패키지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은 잠수함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협력 카드까지 꺼내며 막판 총력전에 들어갔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한국형 3000t급 잠수함을 바탕으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와 경쟁하고 있다. 유지·보수·정비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가 최대 12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오션이 캐나다 에너지 기업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사업 협력에 나섰다. 캐나다 유력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16일(현지시간) 한화오션이 카나타 클린파워 앤드 클라이밋 테크놀로지스와 비구속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건조 계약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후보 업체 중 하나인 한화오션이 LNG 사업 지원 양해각서를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사업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린스루퍼트 인근에 추진되는 FLNG 수출 프로젝트다. 바다 위 설비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해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상이다. 카나타 측은 생산 능력을 최대 연 1200만t으로 예상한다. 총사업비는 약 157억 달러, 우리 돈으로 24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잠수함 수주전 속 LNG 카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도산안창호함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앞두고 현지에 입항해 장거리 항해 능력과 운용성을 부각했다. 연합뉴스




이번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종 계약은 아니다. 양측은 앞으로 해양 플랜트 설계·건설, 운영·정비, 전략적 지분 참여, 장기 LNG 구매, LNG 운반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 측이 현지 에너지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산업협력 카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잠수함 수주전이 단순히 어느 함정이 더 조용하고 오래 항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에 어떤 경제적 효과를 줄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확대된 셈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협력이 캐나다가 대형 방산 사업에서 중시하는 현지 투자, 일자리 창출, 기술 협력 효과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용되는 조달 규정 안에서 캐나다 순찰잠수함 프로그램과 관련한 산업협력 기회도 모색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가 대형 방산 사업에서 자국 산업 기여와 일자리 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을 겨냥한 행보다.

한국 측은 앞서 수소 장거리 화물트럭, 우주발사 협력, 핵심 광물, 에너지 공급망 등을 묶은 패키지도 제시해왔다. 여기에 FLNG 사업까지 더해지면 한국의 제안은 잠수함 납품을 넘어 조선, 에너지, 운송, 정비를 아우르는 산업협력 구도로 넓어진다.

독일과 다른 승부수
독일 TKMS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212CD급 잠수함 이미지. TKMS는 212CD급의 장기 잠항 능력과 나토 회원국 간 공동 운용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출처=아미 레커그니션


독일 TKMS는 나토 협력망과 유럽 방산 공급망을 앞세운다.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만큼 독일·노르웨이가 함께 개발 중인 212CD급 잠수함이 안정적인 선택지라는 논리다. TKMS는 공동 운용, 훈련, 정비 체계를 강조하며 캐나다 안보 전략과의 연결성을 부각하고 있다.

독일 리서치회사 mwb 리서치도 TKMS 우세 전망을 내놨다. mwb 리서치는 16일 공개한 TKMS 보고서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확률을 70%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한화오션의 가장 강한 카드를 ‘속도’로 평가하면서도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인 만큼 212CD급 잠수함의 공동 운용성과 유지보수 체계, 북대서양 작전 연계성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리서치회사 mwb 리서치가 16일(현지시간) 발간한 TKMS 보고서 표지. mwb 리서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TKMS의 수주 가능성을 70%로 예상하며 나토 회원국 간 공동 운용성과 유지보수 체계를 강점으로 꼽았다. 출처=mwb 리서치


다만 이는 투자 리서치 차원의 전망일 뿐 캐나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독일이 나토 협력망을 앞세워 막판 우위를 주장하는 만큼, 한국이 LNG 등 산업협력 카드를 함께 부각하는 배경은 더 분명해졌다.

한국은 다른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 운용 중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실물 검증, 빠른 납기, 장거리 항해 능력에 더해 캐나다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 패키지를 강조한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잠수함 성능과 납기뿐 아니라 자국 산업에 남는 효과도 따질 수밖에 없다.

다만 LNG 양해각서가 곧바로 잠수함 수주 우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은 아직 최종 투자 결정과 환경 평가, 원주민 협의, 규제 승인 등 여러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한화오션과 카나타 측도 향후 구속력 있는 계약 체결이나 실제 사업 진행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협력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의 성격을 보여준다. 한국과 독일의 경쟁은 이제 잠수함 자체의 기술 비교를 넘어 동맹, 산업, 에너지, 투자 패키지를 함께 겨루는 단계로 들어섰다. 한국이 LNG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120조원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막판으로 갈수록 더 복잡한 산업외교전이 되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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