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을 사채 담보로 내줬다”…콜롬비아서 들끓는 분노 여론 [여기는 남미]
수정 2026-04-24 13:58
입력 2026-04-24 13:58
고리대금 사채를 쓰면서 담보로 어린 딸을 내어준 사건이 콜롬비아에서 발생해 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딸은 임신한 상태로 돌아왔지만 부모는 사건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 아틀란티코주의 지방도시 사바날라르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언론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부모는 사채업자로부터 30~60일만 돈을 쓰겠다면서 미성년 딸을 담보로 넘겼다. 사채업자는 돈을 갚으면 바로 딸을 돌려보내겠다면서 딸을 데려갔다.
이후 부모는 약속대로 빌린 돈의 원리금을 모두 갚았고 사채업자는 담보로 잡았던 딸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딸은 홀몸이 아니라 임신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건을 폭로한 건 사정을 알게 된 도시의 시장이었다. 호세 엘리아스 참스 시장은 “우리 도시에서 정말 규탄할 일이 벌어졌다”면서 담보물이 됐던 미성년 소녀의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 모두 분노해야 할 일이고 (임신한) 소녀를 돕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만 사건이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아 제약이 많다”고 개탄했다. 참스 시장은 부모와 소녀의 나이와 이름, 빌린 돈의 액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스 시장은 아틀란티코의 치안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열린 회의에서 문제의 사건을 폭로했다. 콜롬비아 국방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그는 “이 소녀의 경우처럼 고금리 사채업자들이 악랄한 수법으로 궁지에 몰린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면서 “이런 일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경찰력을 증강해 불법 고리대금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언론은 “시간이 걸리는 심사 절차 없이 곧바로 돈을 빌려준다는 사채업자의 광고가 당장 돈이 급한 취약계층에겐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지만 이후 강압적인 추심과 살인적인 고금리, 개인정보 악용 등 고스란히 채무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 된다”고 지적했다.
참스 시장은 인터뷰에서 “사건도 경악할 일이지만 부모가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여러 이유로 사회 취약계층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반드시 바꿔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신고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부모를 설득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면서 “아마도 돈을 빌리면서 딸을 담보로 내줬다는 게 알려지면 집단적 질타를 받을까 주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식을 접한 콜롬비아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돈을 빌리면서 미성년 딸을 내주는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냐. 당장 친권을 박탈하라” “사람을 물건처럼 담보로 건넸다니 충격이다” “딸을 노예로 팔아넘긴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등의 네티즌 글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으니 경찰은 지금이라도 즉시 인지수사를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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