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직원 뽑는데 키 185㎝ 이상? 운동선수 자격증까지 요구한 중국은행 [여기는 중국]
수정 2026-04-21 10:46
입력 2026-04-21 10:46
중국의 한 은행이 영업점 직원을 뽑으면서 운동선수 자격과 신장 기준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를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해당 조건을 전면 취소했다.
중국 광밍망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윈난성 농촌신용사가 낸 2026년 신입 채용 공고다. 한국의 농협과 비슷한 이 농촌협동은행은 영업점 직원 22명을 세 직군으로 나눠 모집했는데, 이 중 4명을 뽑는 ‘영업점 직원 03’ 직군에 눈길을 끄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석사 이상 학력과 만 28세 이하라는 기본 조건 외에 ‘국가 공인 2급 이상 운동선수 자격증 소지, 체력 테스트 통과, 농구·배구·축구 중 하나에서 높은 경기력 보유’가 요구됐다. 여기에 ‘농구·배구를 잘하는 경우 남성 185㎝ 이상·여성 175㎝ 이상’이라는 신장 기준까지 붙었다.
해당 채용 공고가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은행 직원을 뽑는 건지 운동선수를 뽑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부터 “창구 업무와 전혀 무관한 조건을 왜 달았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런 조건은 처음부터 특정 인물을 위해 맞춤 설계한 것 아니냐”는 이른바 ‘맞춤형 채용’ 의혹도 제기됐다.
중국에서 ‘뤄보 자오핀(萝卜招聘)’이라고 불리는 이 표현은 특정 지원자의 스펙에 맞춰 채용 조건을 짜 맞추는 관행을 가리킨다. 2024년 허난성의 한 질병통제센터 공개 채용 과정에서 채용 응시 자격 조건을 불법적으로 설정한 것이 알려져 41명 채용자가 무더기 무효 처리되고 관련 책임자가 행정 처분을 받은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결국 해당 은행은 여론을 의식한 듯 공식 홈페이지에 정정 안내를 게시하며 물러섰다. 은행은 운동선수 자격증·체력 테스트·경기력·신장 등 문제가 된 조건 전체를 취소하고 나머지 채용 사항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 각계의 이해와 관심에 감사드리며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전 과정을 사회 감독에 개방하고 공개·공정·공평 원칙에 따라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순히 조건을 삭제하는 것으로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왜 처음부터 이런 조건이 달렸는지 근거와 경위를 명확히 설명해야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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