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인데 결혼?”…아들 소송 끝에 판결 뒤집혔다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2-08 13:50
입력 2026-02-08 13:44

싱가포르 법원 “결혼 판단 능력 있다”…50년 연인과 재혼 길 열려

고령 남성의 재혼을 둘러싼 가족 소송이 싱가포르 법원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진은 노년의 결혼을 상징하는 이미지. 123rf


싱가포르에서 97세 남성이 수십 년간 만나온 연인과의 결혼을 두고 아들과 법적 분쟁을 벌인 끝에 승소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은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결혼 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며 남성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정신적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싱가포르 매체 마더십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가정법원은 최근 97세 남성에 대해 “결혼과 재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아들이 제기한 ‘법적 무능력’ 신청을 기각했다.


이 남성은 1950년 결혼해 세 아들을 낳았고 1971년부터 비서와 관계를 이어왔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자녀도 태어났다. 아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201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남성은 2016년부터 오랜 연인을 집으로 들였고 2021년 결혼 의사를 밝히면서 가족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후 둘째 아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아버지가 2017년 낙상 이후 치매 증세를 보여 결혼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인이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 “나이가 아니라 판단 능력이 기준”…법원, 아들 주장 기각



97세 남성의 재혼을 둘러싼 가족 소송에서 싱가포르 법원이 결혼 판단 능력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법원 판결을 상징하는 이미지. 123rf


법원은 의료 기록과 음성 녹음 등을 검토한 뒤 남성이 결혼과 재산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고령으로 인해 가벼운 기억력 저하는 인정했지만, 의사 결정 능력 자체는 유지됐다고 봤다.

판사는 “정신적 능력은 나이나 외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라고 밝혔다.

법원은 아들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치매 상태라고 주장하면서도, 낙상 이후인 2019년 아버지를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는 데 동의했다.

◆ 50년 이어진 관계…“재산 노린 정황 없다”

법원은 두 사람이 50년 넘게 관계를 이어온 점에도 주목했다. 판결문은 연인이 남성을 속이거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명시했다.

남성은 소송 과정에서 유언장을 수정해 둘째 아들과 손자를 상속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는 약 380만 싱가포르달러(약 43억 원)의 자산 반환을 요구하는 맞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둘째 아들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여서 남성의 재혼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류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고령자의 재혼과 재산권, 가족 갈등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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