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고기일 뿐”...러 죄수출신 부대 ‘스톰-Z’의 비참한 현실

박종익 기자
수정 2023-10-03 17:48
입력 2023-10-03 17:48
지난 6월 스톰-Z 부대원들이 지휘관의 처우에 항의하는 영상의 일부. 로이터 연합뉴스
죄수들로 이루어진 부대인 러시아의 '스톰-Z'(Storm-Z)의 비참한 현실이 일부 공개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스톰-Z 부대원 5명과 그들의 친척 또한 이들과 함께한 러시아 정규군들의 인터뷰를 통해 죽음에 내몰린 이들의 현실을 조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고있는 스톰-Z는 전과자들로 구성된 러시아 국방부의 직할부대를 말한다. 이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모델을 따른 것으로 러시아 측은 공식적으로 이 부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있다.

보도에 따르면 스톰-Z 부대원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 가장 위험한 지역의 최전선에 투입돼 전투를 치른다. 특히 이들은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하고 낡은 무기만 지급받은 채 최전방에 내몰리면서 이른바 ‘총알받이' 역할을 하고있다. 지난 5월과 6월 우크라이나 동부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스톰-Z 부대원들을 지켜본 러시아의 한 군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톰-Z 부대원은 단지 고기일 뿐"이라고 증언했다. 실제로 과거 절도 혐의로 징역을 살다가 스톰-Z에 소속된 한 부대원은 "지난 6월 바흐무트 근처에서 전투를 벌이다 내가 소속된 부대원 120명 중 15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죄수 출신 뿐 아니라 복무 중 음주, 마약, 명령 불복종 등 규율을 어긴 정규 군인도 형벌로 스톰-Z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비참한 상황 때문에 일부 스톰-Z 부대원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자포리자에서의 전투 중 부상을 입어 치료 중이던 20여명의 스톰-Z 부대원들은 다시 최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을 거부하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영상 속 한 부대원은 "우리가 있었던 최전선에서 물과 음식은 물론 탄약도 공급받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수행할 가치 조차 없는 무서운 명령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의 ‘스톰-Z’(Storm-Z)는 전과자들까지도 모집해 운영하는 악명 높은 부대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스톰-Z는 바그너그룹과는 달리 러시아 국방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다. 다만 부대원들을 모집하는 방식은 바그너그룹과 같은데, 죄수들을 대상으로 정기간 복무하면 사면과 더불어 2000달러 이상의 월급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톰-Z의 현실이 폭로되면서 지원자가 줄자 빚 탕감까지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대해 텔레그래프 등 서구언론은 "러시아의 전과자가 스톰-Z에 입대하면 사면과 급여, 부채 탕감을 받게되지만 잠재적인 중요한 대가가 있다"면서 "스톰-Z 부대는 전방 참호에서 소모성 방어군으로 활용되거나 가미카제(자폭)에 가까운 공격 임무를 받아 많은 사상자를 내고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 측도 "스톰-Z 부대는 죄수들로 구성돼 낮은 사기와 규율로 인해 작전의 효율성이 낮다"면서 "이 부대는 소규모 전술적 돌파 이상의 임무를 추구하는데 비효율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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