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저격부대 지휘관 “우리 부대, 적군 558명 사살…이 중 113명은 내가 직접”
윤태희 기자
수정 2023-10-02 18:43
입력 2023-10-02 18:42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저격부대 ‘바흐무트의 유령들’(프리비디 바흐무타)의 지휘관 유령(프리비트·호출부호명)은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우리 임무는 저격수를 낭만적이고 매우 화려하게 묘사하는 미국 영화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부대가 지난 9개월간 러시아 군인 558명을 사살했으며, 이 중 113명은 자신이 직접 제거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대가 없앤 러시아 군인 수는 1개 대대 규모와 맞먹는다.
현재 전쟁 역사를 통틀어, 레이저 같은 정확도로 많은 표적을 제거한 저격수들의 이야기는 이전부터 전해졌다.
인사이더가 우크라이나 상급 부대인 대통령 직속 여단의 소개로 접촉한 인물인 유령은 “우리는 가장 치열한 전장에 던져졌다. 공세나 반격 계획이 있을 때 우리 임무는 가장 먼저 들어가서 지역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령은 자신의 부대가 부여받은 모든 임무가 기억에 남을 만큼 위험하지만, 가장 어려운 표적은 적의 저격수일 때라고 밝혔다. 그는 “그야말로 사냥꾼을 사냥하는 것이 임무”라며 “보통 70m 떨어진 표적을 공격하는 데 마지막으로 사살한 저격수는 2.5㎞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거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 높이(828m)의 3배가 넘는 것인데, 역사상 가장 먼거리에서 저격수를 사살한 기록으로 꼽힐 것이다.
유령은 자신의 부대에 몇 명이 있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약 20명의 저격수로 이뤄져 있다고 BBC 방송은 전한 바 있다.
이 부대는 지난 2월 바흐무트 전선에 투입되기 전까지 10개월간 집중 훈련을 거쳤고 그후 지금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다. 이 부대에서 저격술은 필수적인 기술이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고 유령은 말한다. 그는 훈련의 10%는 저격 법을 배우는 데 중점을 두고 나머지 90%는 생존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하게 잘 쏠 수 있지만 만일 살아남지 못한다면 가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대는 이밖에도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믿음을 확고히 갖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유령은 자신의 부대가 지금까지 치열한 전장에서 힘든 작전을 수행해왔는데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부대원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와 다른 저격수 한 명 만이 전투 중 부상을 입었는데 임무 중 근처에서 지뢰가 폭발해 부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얼마 동안 병원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들의 생존 비결은 팀이 자급자족하고 끈끈하게 결속돼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는 또 “우리에게는 자체 운전병과 정비병도 있다. 모든 임무는 우리 스스로 해내고 있다”며 “외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여전히 생존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꼽히는 바흐무트 주변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바흐무트는 지난 5월 러시아 측에 점령당했는데 당시 전투 승리를 이끌고 철수한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최근 전장에 돌아왔다는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용병 기업은 얼마 전 수장이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잃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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