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왜 피해 크나…전문가들 분석 보니
윤태희 기자
수정 2023-02-07 15:15
입력 2023-02-07 15:09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8㎞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고, 약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뒤따랐다. 첫 지진 후 여진이 120차례 넘게 발생하면서 남부 인접국 시리아에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213만 명이 거주한다. 지금까지 양국에서 확인된 사망자 수는 최소 4372명, 부상자 수는 1만 9365명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은 1939년 3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동일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지역 중 한곳이다. 아나톨리아 지각판, 유라시아 판, 아라비아 판, 아프리카 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아나톨리아 판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대표적인 주향이동단층(스트라이크-슬립 단층)인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더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정단층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
200년간 에너지 축적동아나톨리아 단층은 최근 지진 활동 없이 비교적 잠잠했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축적했다는 뜻이다. 로저 머슨 영국 지질조사국(BGS) 명예 연구원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200년 넘게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없었다.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지진을 1822년 8월13일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과 비교했다. 당시 지진으로는 약 2만 명이 숨졌다. 그러면서 “마지막 대지진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축적됐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애나 포어 워커 영국 런던대(UCL) 런던 위험·재해감소연구소 소장도 “2016년 이탈리아 중부를 강타해 300명이 숨진 규모 6.2의 지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지진은 250배나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설명했다.
진원 깊이 비교적 얕아
건물 튼튼하지 못해
시리아의 오랜 내전도 지진 피해를 키운 한 배경으로 보인다. 빌 맥과이어 UCL 교수는 “시리아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전쟁으로 인해 많은 건물들이 구조적으로 손상된 상태로 약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튀르키예와 접경지인 시리아 북부에는 내전을 피해 이주해온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건물들이 낡은 데다 지진 발생 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여진 계속
인접한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의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 시민들이 다친 여자아이를 구조하고 있다. 아프린시는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강진으로 지금까지 두 나라에서 약 3500명이 숨졌다. 2023.02.07 / 사진=AFP 연합뉴스
추운 날씨
이번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비상사태 담당관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인명 피해가 초기 수치보다 8배 증가하는 것을 자주 본다. 다음 주 사망자, 부상자가 초기 보고보다 상당히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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