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200일, 꽁무니 내뺀 러軍…전세 역전이라고? [우크라 전쟁]
권윤희 기자
수정 2022-09-13 16:05
입력 2022-09-13 15:3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이하 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9월 들어 오늘까지 우리 전사들은 남부와 동부에서 6000㎢(서울 10배 면적) 이상을 해방했다”고 밝혔다. 전날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3000㎢를 탈환했다고 밝혔는데, 그 규모가 하루 사이 2배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40㎞ 떨어진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등 일부 지역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까지 밀고 들어갔다. 올레흐 시녜후보우 하르키우주 주지사는 “일부 지역에서 우리 군인들이 러시아의 국경 지역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포로도 크게 늘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AP통신에 러시아군이 대거 항복을 선언하고 있다며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러시아 군인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 전쟁포로(POW)는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 장병들과 교환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3월 수도 키이우 점령 실패 후 동부 돈바스 완전 점령을 목표로 내세운 러시아는 7월 루한스크를 완전 점령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도네츠크까지 모두 장악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도네츠크 발라클리아와 하르키우 이지움에서 도네츠크 방향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완전 장악을 위해 병력을 재배치하면서 하르키우에서 철수한 것일 뿐이란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AP통신이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전쟁의 전환점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부 평가도 비슷하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반격이 전쟁에 대한 단기적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러시아군 재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지금 같은 일방적 공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거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역시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시켰지만, 현재 역공으로는 전쟁이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 의견도 다르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 두진호 연구위원은 하르키우 수복을 ‘전세 역전’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세 역전이라고 보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도 ‘작전상 후퇴’였음을 증명하려는 듯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 탈환을 발표한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 대한 포격을 계속하는 중이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1일 하르키우 외곽 제5 화력발전소를 공격했고 하르키우와 도네츠크 전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12일에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민간인 주거지역에 S-300 미사일을 발사해 1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12일 미국 CNN방송도 러시아군이 보급 기지로 활용했던 쿠피얀스크 등 일부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탈환 지역을 계속 장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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