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활짝 열렸네…홍수에 무너진 트럼프 히트작 ‘국경장벽’
송현서 기자
수정 2021-08-24 14:48
입력 2021-08-24 14:48
미국 기즈모도 등 현지 언론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세운 국경장벽은 최근 이 지역을 강타한 계절풍 몬순과 이로 인한 폭우로 제 기능을 상실했다.
해당 지역은 멕시코 국경도시인 소노라 주 아구아 프리에타 인근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사진은 장벽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밀려든 물살에 경첩이 부서지고, 마치 활짝 열린 대문을 연상케 할 만큼 기존의 장벽이 가졌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5년 당시 “나보다 국경장벽을 더 잘, 저렴하게 짓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환경과 내구성 면에서 오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어 “트럼프가 국경장벽을 짓기 시작할 때 환경법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애리조나의 몬순시즌에 국경장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면서 “국경장벽은 돈 낭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로 인해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전임 대통령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벽 건설에 대한 중단을 명령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던 계약 2건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훼손된 부분을 포함해 이미 건설된 장벽들로 인해 국경지대의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손상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몬순에 의한 홍수로 장벽 일부가 무너진 것 역시 환경 파괴와 연관돼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중단에 맞서 공화당이 이끄는 텍사스주는 장벽 건설 재개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한편 이 포함된 애리조나 남부 일부 지역은 최근 몬순으로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했다. 몬순 기후는 애리조나 주와 멕시코 북서부 사막지역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열기가 습한 대기와 만나 형성된 고온다습한 현상이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로 인해 홍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