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인, 동료기자 日편의점 예찬에 “방사능” 언급했다가 봉변
권윤희 기자
수정 2021-08-05 15:45
입력 2021-08-05 15:45
지난 2일 뉴욕타임스 스포츠전문기자 타릭 판자가 일본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동료 말이 맞았다. 로손 편의점의 간단한 달걀 샌드위치인데 전혀 다른 수준의 미식 경험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대표팀 선수와 스태프, 심판, 취재진은 행사 기간 내내 숙소와 경기장만 오갈 수 있다. 일정한 권역 내에 모아두고 외부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이른바 ‘버블 방역’ 차원이다. 외출은 딱 15분만 허용되는데, 숙소 바로 인근의 편의점 정도만 갈 수 있다.
매일 똑같은 숙소 조식과 메인프레스센터(MPC) 식당 고정 메뉴에 질린 해외 취재진이 색다른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곳도 사실상 편의점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인프레스센터 로비에 있는 로손 편의점은 새로운 먹거리를 체험하려는 각국 취재진으로 만원이다.
CNN도 “숙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많은 사람에게 일본의 24시간 편의점이 있다는 건 그나마 행운”이라며 “주장하건대 일본의 편의점은 세계 최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해외 취재진의 편의점 예찬론이 이어지면서,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던 올림픽에도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본 누리꾼은 모처럼 전해진 해외 취재진의 호평에 반색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 소속 에디터 한 명이 방사능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급냉각됐다.
뉴욕타임스 에디터 줄리아나 바르바사는 2일 자사 기사 타릭 판자의 로손 편의점 달걀 샌드위치 예찬 트윗에 “그거 약간 방사성 같은데”라는 답글을 날렸다.
일본 누리꾼들은 “미국이 (감히) 방사성과 피폭을 운운하냐”, “곧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76년 되는 날이다. 미국 기자는 피폭국인 일본에 예의를 갖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일자 바르바사는 4일 트위터를 삭제했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따르면 “단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 의도치 않게 다른 의미를 내포한 단어를 썼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은 “바르바사가 소속된 뉴욕타임스 측에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그녀가 트윗을 삭제하고 해명한 것만 지적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브라질에서 태어난 뉴욕타임스 에디터 바르바사는 이라크, 몰타, 리비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다 텍사스에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특파원으로 AP통신에 합류했다. 현재는 미국에 머물며 뉴욕타임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담당 에디터로 근무 중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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