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보는 앞에서 강간’ 만행 저지른 군대…아프리카서 무슨 일?
송현서 기자
수정 2021-03-27 15:05
입력 2021-03-27 15:02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티그라이(에티오피아 북부) 지역의 준자치 군사정부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서로 관계가 얽힌 채 티그라이 지역을 중심으로 폭력 사태를 벌여왔다.
TPLF는 지난 30여 년간 에티오피아 정치를 좌지우지했으나 2018년 아비 총리가 집권한 이후 주류에서 배제되자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에티오피아는 인종별 10개 준자치 지방정부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지난해 11월부터 TPLF와 연방 정부군이 무력충돌하며 티그라이 사태가 시작됐다. 이 와중에 인근 에리트레아도 TPLF가 자신들에 로켓을 발사했다며 참전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했다.
최근 유엔(UN)은 티그라이에서 민간인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만행을 낱낱이 공개했다. 유엔에 따르면 무장한 남성들은 총으로 무고한 민간인 여성들을 위협한 뒤 집단 강간을 저지르거나, 가족 구성원 중 남성에게 여성 가족을 강간하도록 강요했다.
유엔 측은 “에티오피아 북부주 5곳의 의료센터에서만 500건이 넘는 강간 사례가 보고됐지만, 실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피해 여성들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집단으로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으며 일부는 이 과정에서 임신해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러한 잔혹한 행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으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를 ‘인종청소’로 표현하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아비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25일 에스트레아의 아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를 방문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북부 티그라이에서 에리트레아 군대가 철수하는 것에 아페웨르키 대통령이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티그라이 현지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거나 가족을 잃었으며, 여전히 에리트레아와 TPLF의 관계가 앙숙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티그라이 사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