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위축된 경제와 총기 사건까지…하와이 ‘심상찮다’

권윤희 기자
수정 2020-08-17 16:03
입력 2020-08-17 16:03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침체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8월 초부터 일평균 확인된 감염자의 수만 매일 세 자리 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일평균 감염자 수 355명을 넘어서는 등 최악의 전염 사태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다. 특히 다수의 인원이 밀집된 공동 시설 구역에서의 전염병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오아후 섬에 소재한 대표적인 수감자 사회교정시설 내에서 감염자 폭증이 발견됐다. 무려 70여 명에 달하는 수감자와 근로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수감 시설 내부에서는 다수의 인원이 밀집한 시설 내부에 적절한 방역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길 한 편에 노숙자 짐이 쌓여있다.
문제가 지적된 곳은 오아후 커뮤니티 교정센터(Oahu Community Correctional Center)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 정부의 재정 부족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시설 내에 적절한 방역 프로그램 지원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 내 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감염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2교대 근무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 A씨 역시 최근 확진 판정 후 격리 치료 증이다. 그는 이달 초 2교대 근무 후 발열 증세를 느끼고 자신의 거주지에서 스스로 자가 격리했다.
최근 주 정부가 공원, 해변 등지의 노숙자들을 체포 후 해당 쉼터에 강제 격리하는 등 전염병 확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발열 증세를 최초로 감지했던 당일 A씨는 퇴근 직후 가족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 1층 방에 스스로를 격리했다. 당시 집 안에 들어선 직후 온 몸을 세정제로 닦은 A씨는 이튿날 오전 인근 검진소에서 확진자로 판정받은 사례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교정 시설 내 근로자들은 정부로부터 마스크 조차 배급 받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A씨는 “몇 개월 전에 배급받은 마스크 한 장을 세탁해서 사용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수의 인원이 밀집된 실내 시설 내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전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오아후 섬 서쪽 이윌레이(Iwilei)에 위치한 노숙자 ‘쉼터’에서도 전염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4일에는 해당 쉼터 내에서 일평균 20여 명에 달하는 추가 확진자가 발견됐다.
잔디밭에 누워 잠을 청한 노숙자.
더욱이 최근 주 정부가 공원, 해변 등지의 노숙자들을 체포 후 해당 쉼터에 강제 격리하는 등 전염병 확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지 시민단체 7곳은 주 정부의 이 같은 노숙자 강제 체포 후 공용 시설 강제 입주 행위가 전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뾰족한 방역 시스템이나 추가 격리 시설 마련 등의 해결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시설 내에 더 많은 인원을 강제 격리하면서 전염병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사회 혼란 양상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각종 총기 사고와 상점 내 물건을 노린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숙자 검문에 나선 경찰의 모습.
지난 14일 자정 한인 타운과 인접한 대로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2명의 가해 남성은 총격 후 도주했고 총에 맞은 30대 주민은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일본계 대형 마트와 한인 교민들이 주로 찾는 한인 대형 슈퍼마켓 다수가 인접한 거리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이었다.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는 총격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전염병 감염에 대한 불안과 불안정한 현지 치안 문제를 견뎌야 하는 형국이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총격전이 발생한 지역과 멀지 않은 대로변에 위치한 상점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류와 운동화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상점을 노린 2명의 백인 용의자들은 자정이 넘은 시간대에 상점 유리를 부순 뒤 내부에 진입했다.

벽돌과 망치 등으로 상점 외부 유리창을 부순 용의자들은 단 3분에 불과한 시간 동안 상점 내부의 물건을 가지고 도주했다. 경찰은 당시 도난당한 상품의 경제적 가치는 수 천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짐작했다.
두 사건이 발생한 곳 모두 호놀룰루 시 중심의 대로변이었다. 이 인근에는 5만 명에 달하는 한인 교민들이 밀집해 거주해오고 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커크 콜드웰 호놀룰루 시장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주택가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을 확산 시킬 우려가 높다”면서 “시 정부가 운영하는 24시간 노숙자 쉼터 내에 임시 방역 격리 센터를 개설해 노숙자들에게 각종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노숙자 쉼터 내부에는 각종 방역·격리시설과 지원이 필요한 노숙인에 대한 다양한 선택 사항을 확충 중”이라면서 “다만, 상당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셧다운 이후 격리 지침 등을 위반한 비교적 가벼운 범죄 위반자에 대해서는 수감 시설 내에 격리하지 않고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현재 호놀룰루 시 경찰국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강력범죄와 관련해 도주한 가해자들의 인상착의와 신상 정보를 현지 언론에 공개, 대대적인 공개수사에 나섰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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