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콜럼버스 동상 또 철거...왜 인종차별 시위대 표적이 됐나?
박종익 기자
수정 2020-07-25 16:49
입력 2020-07-25 16:42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이날 새벽 시카고 시 그랜트파크와 인근 아리고파크 등 도심에 각각 세워져 있던 콜럼버스 동상이 기습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이 철거를 명령한 지 불과 몇시간 만으로 동상은 비공개 장소로 옮겨졌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그랜트파크에서 콜럼버스 동상을 쓰러뜨리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경찰 18명이 부상당하고 시위대 1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또다른 충돌을 우려해 시 당국이 나서 동상을 제거하는 선제 조치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는 콜럼버스 동상을 표적으로 삼아 철거하려는 것일까? 이에는 미국판 역사 논쟁이 숨어있다. 잘 알려진대로 콜럼버스는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로 첫손에 꼽히지만 모든 이가 그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위대한 탐험가가 아니라 평화로운 원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약탈자라는 주장. 미국 내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 탐험을 계기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 학살, 노예제도, 문화 파괴가 일어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일부 중미 국가들은 콜럼버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학살을 촉발한 침략자라고 규정짓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임시 장소로 옮겨진 시카고의 콜럼버스 동상들은 1893년과 1933년에 설치된 것으로 주민들 역시 철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철거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기념할 만한 인물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며 박수를 보낸 반면 반대 측에서는 “미국의 정신마저 잃어버렸다”고 비난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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