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대신 ‘치공’? 닭에 공룡다리 유전자 조작 성공

수정 2016-03-26 11:39
입력 2016-03-26 11:39


오늘도 부장님은 부서 회식을 제안했다. 기러기 아빠는 늘 저 모양이다. 저녁을 함께 먹어줄 사람을 찾으면서, 그걸 또 법인카드로 해결하려는 얄팍한 심산이다.

"오늘 별 약속 없는 사람들은 간단하게 '치공'이나 하지."


다들 얼굴이 이그러진다. 게다가 또 '치공'이다. '닭 몸통에 달린 공룡 다리'라니… '디노치킨' 정말 지겹다.나도 그 옛날 먹던 '정통 치맥' 먹고 싶은데… 없는 약속까지 급히 만들고 싶은 심경이다.

미래 어느날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묵시록적' 풍경이다. 닭다리 대신, 공룡 다리를 뜯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울한 직장인의 얘기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상상력만은 아니다. 최근 칠레대학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닭의 배아에 닭다리 대신 공룡 다리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소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이번 연구는 닭의 다리 부분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1개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억제해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짜, 혹은 악당 박사가 뿜어내는 해괴한 상상력, 비윤리적인 창조물의 주인이 되려는 탐욕의 결과물은 아니다. 바로 조류 진화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것. 연구를 이끈 알렉산더 바르가스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 다리를 가진 닭 배아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닭 같은 조류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이론이 존재하지만 현대 조류는 공룡으로부터 수천 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된 결과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중 닭이 공룡의 가장 ‘직계 후손’ 이라는 주장도 있어 미국 등 서구 고생물학 연구팀은 닭의 배아를 이용해 공룡의 특성을 재현하는 소위 ‘역진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르가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새의 진화를 알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공룡으로부터 조류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실험"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도 닭의 배아 속 부리 대신 그 자리에 수각류 공룡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의 코(주둥이)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해외언론들은 이같은 닭에 ‘디노-치킨’(dino-chickens)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사진=포토리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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