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의 비밀 풀 ‘100만년 된 얼음’ 찾았다
수정 2015-05-21 15:22
입력 2015-05-20 09:58
프린스턴 대학, 메인 대학, 오리건 주립 대학의 합동 연구팀이 남극에서 무려 100만 년이나 된 얼음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했다.
사실 이들이 이룬 과학적 성과는 오래된 얼음 자체보다는 얼음 속에 갇힌 작은 공기방울에 있다. 100만 년 전 눈이 쌓여 얼음이 될 때 대기 중의 기체가 얼음 사이에 갇혀 공기방울을 형성하므로 이를 분석하면 100만 년 전의 대기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00만 년 이전의 대기 상태를 간직한 타임캡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특히 궁금했던 부분은 빙하기의 주기가 과거에는 4만 년 정도였다가 최근에는 10만 년으로 변동된 이유이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나타나는 현상은 지구의 공전축 및 공전 주기, 그리고 대륙의 위치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주기가 항상 일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전에 몇몇 연구들은 빙하기의 주기가 과거 4만 년 정도로 짧았던 이유가 당시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인 100만 년 전의 온실가스 농도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 km 두께의 얼음을 드릴로 뚫고 시추해서 45만 년에서 80만 년 전까지의 얼음 샘플을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얼음을 구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얼음일수록 더 깊은 곳에 위치하는 데다 기반암과 가까이 있는 아주 오래된 얼음은 지열로 녹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앨런 힐(Allan Hill)이라는 장소는 오래된 얼음층이 침식 때문에 노출된 지형으로 과학자들은 이곳을 시추해 귀중한 고대의 얼음 샘플을 기적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100만 년 전 당시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메탄가스 농도는 45-80만 년 전과 비교해서 30ppm 정도 높은 수준으로 사실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 한 가지 더 확인된 사실은 지난 100만 년 동안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을 넘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를 시추해서 얻은 결과에 의하면 지구 대기 중이 이산화탄소 농도는 20세기 이전에는 300ppm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이 수치는 급격히 증가해 이제는 400ppm에 이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소한 100만 년 사이 최고 수준이라는 주장을 같이 뒷받침하고 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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