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룬 교황… “사임 핵심 사유는 불면증”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업데이트 2023-01-30 00:06
입력 2023-01-30 00:06

베네딕토 16세 생전 편지 공개

선종 9주 전 전기 작가에게 서한
‘음모론’ 끊이지 않자 공개하기로
2012년 멕시코·쿠바 방문 후 결심
“아침에 눈뜨니 손수건 피로 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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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생전 회고록 ‘마지막 대화’를 집필한 독일 언론인 페터 제발트와 대담하는 모습. 제발트는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직후인 2005년 8월부터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이는 사임의 주요한 계기였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가톨릭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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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생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이는 교황직 자진 사임의 핵심 이유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이 공개됐다.

독일 잡지 ‘포커스’를 인용해 DPA통신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선종하기 9주 전 전기 작가 페터 제발트에게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청년의 날’ 행사 이후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불면증이 사임의 주요한 계기였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2005년 8월 열린 ‘세계 청년의 날’ 행사는 베네딕토 16세가 그해 4월 교황에 즉위한 이후 첫 해외 나들이였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즉위 직후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것이다. 그는 재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에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베네딕토 16세는 초기에 약을 처방받았으나 이마저도 곧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가톨릭교회를 이끌 수장으로서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점점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임을 결심한 것은 부활절을 맞아 2012년 3월 멕시코와 쿠바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방문 첫날 밤을 보낸 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손수건이 피로 흥건했다며 “욕실에서 정신을 잃고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힌 게 분명했다”고 회상했다. 이 사고 이후 새 주치의는 수면제 복용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라고 여겨 교황직을 내려놨다는 설명이다.

제발트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사임을 두고 세간에서 제기된 음모론이 선종 이후에도 끊이지 않자 편지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2023-01-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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