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물·땅 ‘세 박자’ 착착… 광주 반도체 기지 ‘계획대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점검]

홍행기 기자
수정 2026-11-09 00:56
입력 2026-11-09 00:56
<상> 왜 호남인가
800조원 들여 삼성·SK 공장 추진최태원 회장 “용인 3분의2 투자”
민형배 시장 “전격전 통해 속도”
재생에너지에 원자력·LNG 발전
송전망 신설… 민관 전력 공급 협약댐 활용해 하루 용수 100만t 공급
관로 이중화·환상망 구성할 계획
군공항 부지, 보상·평탄화 불필요
지진 없고 넓어 팹 최대 9기 가능
2030년까지 2만 5000명 인력 양성
탄약고 먼저 옮겨 변전소 등 착공지난 1000년간 ‘생명의 쌀’을 책임져 왔던 전남광주가 이제 ‘산업의 쌀’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거듭난다. 올해 정부와 삼성, SK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800조원을 들여 반도체 팹 최소 4기를 구축하겠다는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남광주에는 새롭고 압도적인 성장의 기회,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국토균형 발전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를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부지에 들어서는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가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속도전’을 지시한 데 이어 정부에서는 지난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강신철 국방부 장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잇따라 군공항 부지 현장을 찾았다. 군공항 이전을 담당한 공군은 반도체클러스터가 들어설 광주 군공항을 비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팹 투자를 결정한 기업 관계자들도 잇따라 광주를 방문, 부지를 점검하고 전남광주시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서는 민형배 통합시장을 필두로 ‘2030년 6월 반도체 웨이퍼 양산’을 목표 삼아 민·관 모두가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말 반도체 팹이 전남광주에 올 수 있을까’라는 일부의 회의적인 시선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만들어지나’로 초점이 옮겨진 지 오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지난달 9일 민 시장과 함께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눈으로 보는 것이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하다”며 “오늘 방문은 이곳에 어느 정도 속도로 시설을 지을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특히 “SK의 투자 규모는 용인의 3분의 2 정도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 투자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공급 속도도 높여야 한다”며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하면 빠른 속도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 가장 빠른 속도로 팹을 구축할 것”이라며 “전력과 용수가 늦어져 타이밍이 늦어지면 저희가 먼저 착공에 들어가겠다. 건설 비용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전남광주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전남광주는 ‘전력·용수·부지’ 가운데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최적의 반도체 팹 입지 조건을 갖췄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가 국토 서남권인 전남광주에 들어서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이정표가 될 ‘새로운 성장축’이 만들어진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팹 4기를 조성하는 내용의 80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전력과 용수를 감당할 수 있느냐’ ‘인력은 어디서 구하느냐’는 물음이 잇따랐지만 통합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반도체 팹 호남 입지’ 논의의 시작은 ‘수도권의 공급 여력 한계’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해 반도체 팹 추가 증설이 불가피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기존 송배전망과 한강 수계로는 추가 전력·용수 공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팹 증설 여력을 갖춘 지역을 찾는 과정에서 전력·용수·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곳으로 호남이 꼽혔다.
전력의 경우 전남광주의 연간 발전량은 72.6TWh(테라와트시)로 지역 내 사용량 42.7TWh를 크게 웃돈다. 전력 자립률은 170%에 이르고 발전 설비는 16.9GW로 발전량 기준 전국 4위다.
전남광주에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점을 두고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 기저 전원으로 삼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원전과 재생에너지, LNG(액화천연가스) 등 다양한 자원을 섞어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부의 우려를 일축했다.
송전망은 새로 깐다.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2028년 12월까지 1단계로 3.1GW, 2031년까지 누적 6.3GW를 공급하게 된다. 신장성·신광주 선로에서 산단까지 23㎞를 황룡강과 49번 지방도를 따라 지중화 선로를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산단 안에 345㎸ 변전소를 신설할 예정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이와 관련 지난 8월 12일 기후부-통합시-삼성전자-SK하이닉스-한국전력공사가 ‘전력 공급 협약’을 맺었다. 1단계 설비 비용은 공공과 민간이 사용 비중에 따라 나눠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9월 1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의결됐다.
용수는 가뭄 때 공급 안정성이 관건이다. 반도체 산단에는 협력사를 포함해 2033년까지 하루 약 60만t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기후부는 주암댐·동복댐·장흥댐의 여유수량, 보성강댐 발전용수 전환, 나주댐 농업용수, 하수 재이용수를 합쳐 하루 100만t 이상의 공급 계획을 마련했다. 공급은 2028년 말 하루 15만t에서 시작해 1단계 35만t, 2단계 누적 65만t으로 늘린다. 용수관로는 두 개로 ‘이중화’하고 서로 연결하는 ‘환상망’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부지는 보상이 필요 없는 국유지다. 반도체 팹이 들어설 광주 군공항 부지 826만㎡(약 250만평)는 토지보상과 평탄화 작업이 필요 없다. 최근 20년간 강도 4.0 이상 지진도 없었다. 팹 2기 구축에 필요한 부지가 협력사 몫을 포함해 총 45만평인 만큼 향후 팹을 최대 8~9기까지 늘릴 여지도 충분하다. 광주 군공항 부지는 도심과 KTX 광주송정역에 인접해 인력 확보 및 물류 접근성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 정부의 검토 결과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1·2단계 사업에 필요한 인력은 2만 3000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74%가 설비·공정 엔지니어 등 기술인력이다. 이들은 주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화학, 기계, 전기·전자 전공자다. 통합시는 49개 대학, 26개 직업계고 등과 연계해 2030년까지 2만 5000명의 반도체 인력 양성 기반을 확보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은퇴 엔지니어를 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군공항 이전 역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조기 이전’을 위한 추진력을 확보한 상태다. 정부는 ‘군공항 2028년 이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시는 전체 군공항 부지 확보를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는다는 방침이다. 탄약고 이전 예정지 등 약 63만평을 우선 공급해 2027년 설계·인허가와 변전소 공사에 착수, 2028년 말 1단계 전력·용수 공급에 이어 2029년 팹 준공을 거쳐 2030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민 시장은 “전남광주에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이유는 반도체 팹 입지에 필요한 ‘전력·용수·부지’ 등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투자에 나선 기업들을 총력을 다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관련 인력 확보와 군공항 이전 등 남은 과제도 전격전을 통해 속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전남광주 홍행기 기자
2026-11-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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