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을 함께 그린 통학로 벽화… 붓질로 꽃피우는 안전한 서대문 [현장 행정]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수정 2026-11-09 04:49
입력 2026-11-09 04:49

연북중에 색 입힌 박운기 구청장

학생 34명·마을 화가 힘 합쳐 작업
교육지킴이 안전 관리·환경 개선
박 구청장 “협동하는 데 의미 있어”
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연북중학교 정문 앞 통학로에서 학생들과 함께 벽화 속 꽃 그림에 분홍색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학생들과 마을 화가가 함께 벽화를 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이런 작업이 다른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북중 정문 앞 통학로. 박운기 구청장은 학생들이 색칠하고 있는 벽화 앞에서 앞치마를 둘렀다. 이후 분홍색 물감을 묻힌 붓으로 꽃잎을 채색하자 주변에서 “많이 해본 솜씨 같다”는 농담이 터져 나왔다. 박 구청장도 웃으며 붓질을 이어 갔다.


현장은 학생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벽에 붙여 놓은 시안을 살펴보며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꽃잎을 칠하고, 고래와 학교 상징물인 ‘연북이’에도 색을 입혔다. 연북이는 교화인 개나리꽃을 캐릭터화한 연북중 마스코트다. 2022년 전교생이 참여한 학교 캐릭터 공모전에서 선정됐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물감 좀 더 주세요”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바닥에 엎드린 채 벽면 아래쪽을 칠하는 학생도 있었다. 친구들 장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붓질에 집중하는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학생들은 한 달가량 마을 화가들과 벽화 디자인을 논의하고 채색 교육을 받았다. 참여 신청자는 79명이었지만 안전한 작업을 위해 실제 참여 학생은 34명으로 조정했다. 연북중 학생회장인 3학년 김라온(16) 군은 “학교에 이런 상징물을 남길 수 있어 정말 뜻깊다”며 “친구들과 함께하다 보니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마을 화가 인향봉(59·여) 씨는 “아이들이 벽화 디자인부터 채색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며 “수업을 마친 뒤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작업은 서대문구가 추진하는 ‘아이가 그린 마음, 마을에 스며들다’ 사업의 하나다.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안정을 돕고 통학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에 마을 화가와 교육지킴이, 구의원 등이 힘을 보탰다. 동네 반장 등을 중심으로 학교 주변 안전과 교육환경 개선에 참여하는 주민 조직인 ‘교육지킴이’들은 현장 안전관리를 맡았고, 주민들은 동네를 밝게 꾸며 줘 고맙다며 떡을 가져오기도 했다. 학교와 마을, 행정이 함께 벽화를 완성하는 자리였다.



박 구청장은 “주민자치는 서로 협동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마을 가까이에 있는 공간은 학생과 주민, 작가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꾸며 나가겠다. 다른 지역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더욱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2026-11-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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