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종묘앞 세운4구역 심의 석달째 보류 국가유산청이 몽니”

이범수 기자
수정 2026-11-05 15:22
입력 2026-11-05 15:22
“세계유산영향평가·원위치 보존 등 기준 계속 바꿔”
“22년째 첫삽 못 떠·주민 250억대 손배소”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잇단 제동을 두고 “이런 심의는 심의라 부를 수 없다. 행정의 탈을 쓴 몽니”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가유산의 가장 큰 적이 국가유산청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직격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은 그 몽니를 당장 멈추고 합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심의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시장은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은 낡은 도심을 새로 짓고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축을 여는 사업”이라며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2년째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금은 국가유산청이 그 앞에 빗장을 걸어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지구 밖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와 매장유산 심의 과정에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은 종묘 경관을 해친다는 억지 주장을 앞세워 법적 의무도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요하고, 인가 취소까지 요구했다”며 “이제는 공사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매장유산 심의마저 8월, 9월, 10월 석 달 연속 보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사업계획 변경이 확정되면 다시 보겠다고 했고, 다음에는 현지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현지조사를 마치자 유적을 제자리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원위치 보존 원칙을 들고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4년 첫 심의 때는 일부 이전보존을 결정했었다”며 “공을 차 넣을 때마다 골대를 옮기는 심판에게 휘슬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이 관련 법적 근거와 관리기준을 뒤늦게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집중 비판했다.
올해 1월에는 국가유산청이 ‘1분기 내로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국내법에 의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법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으면서 지난 4일에는 앞으로 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를 두고 “지금까지 법적 근거도 기준도 없이 주민들을 묶어왔다는 자백”이라며 “사안이 터진 뒤에야 서둘러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을 몽둥이 삼아 주민들을 몰아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경기가 시작된 뒤에 규칙을 새로 쓰는 격”이라며 “국가유산청은 합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심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오 시장은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 피해도 거론했다.
그는 “주민들은 이미 상당한 비용과 시간 소요로 국가 상대 25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며 “오는 18일 다섯 번째 심의마저 보류한다면 그 결정은 곧 소송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네스코사이드’(UNESCOcide)라는 말이 있다. ‘유네스코’와 집단 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를 합친 말로, 세계유산 보호를 명분 삼은 규제가 주민의 삶을 질식시키는 현상을 가리킨다”며 “지금 같은 근거 없는 행정 갑질과 몽니가 계속되면 유네스코사이드에 대한 반감이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덮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은 사업 하나를 막으며 승리했다 여길지 모르지만, 그 대가로 문화유산을 향한 시민의 애정을 갉아먹고 있다”며 “지금 국가유산의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국가유산청”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세계유산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면 “유산 보호의 탈을 쓰고 주민의 삶을 무기한 묶어두는 일만큼은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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