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솜’ 판잣집 따라 불난리… 구룡마을 화재 12시간 50분만 완진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수정 2026-10-28 07:04
입력 2026-10-28 05:49
축구장 26개 규모 태워… 인명피해 없어
올해 두 번째 화재… 소방차 진입 어려워
27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6.10.27 연합뉴스


서울 강남 지역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에서 난 화재가 밤샘 진화 끝에 28일 새벽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4시 39분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3시 50분쯤 마을 2지구 가건물에서 불이 난 지 12시간 49분 만이다. 소방은 이날 오전 2시 21분쯤 큰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정리를 이어왔다.

인근 구룡산으로도 일부 옮겨붙었던 불도 잔불 정리를 거쳐 모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30대 여성 1명이 다리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 외에 다른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룡마을 2지구에서 처음 발생한 불은 바람을 타고 1·3·7지구로 번졌다.

27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한 소방관이 진화작업을 위해 장비를 챙겨 다시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10.27 연합뉴스


소방은 인력 232명과 헬기 6대 등 장비 11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날이 어두워진 데다 용수 부족과 강풍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 39명이 스스로 대피했으며, 강남구는 개포중·구룡중 체육관과 인근 숙소 등에 대피소를 마련했다.

1·2·3지구에 거주하던 77가구 107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불에 탄 총면적은 약 19만㎡로 소방은 추정했다. 이는 축구장 26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방은 전날 오후 3시 5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불길이 확산하자 오후 4시 29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오후 10시 5분쯤 더는 불이 번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응 1단계로 하향했으며, 완진과 함께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27일 낮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야간에도 불길과 연기가 계속되고 있다. 2026.10.27 연합뉴스


2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10.27 독자제공 연합뉴스


화재 현장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면서 서울 도봉구와 경기 안양시 등에서도 포착됐다.

인근 주민들은 가스통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굉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고 전했다.

구룡마을에서 40년 가까이 살았다는 정모(70)씨는 “밖이 시끄러워 나와 보니 집 바로 옆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며 “검은 연기까지 솟구쳐 귀중품만 챙겨 급하게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1970~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강남권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이주하며 조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축구장 약 40개 면적에 8개 지구가 들어서 있다.

27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한 소방관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10.27 연합뉴스


보온용 솜인 ‘떡솜’과 비닐, 합판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은 판잣집이 밀집해 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데다 소방차 진입도 어렵다. 마을 곳곳에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과 전선 등이 뒤엉켜 있어 진화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구룡마을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월 16일에도 마을 4지구에서 시작된 불이 인근 5·6지구로 번져 주민 258명이 대피한 바 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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