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1·2심 가른 ‘명태균 진술 신빙성’… 항소심 무죄 판단 근거는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수정 2026-10-23 17:50
입력 2026-10-23 15:01

1심, 증거 부합하는 진술 일부 인정
항소심에선 신빙성 전부 인정 안 돼
“명, 정치적 입지 다지려 여론조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배경엔 명씨 진술에 대한 1·2심 재판부의 서로 다른 판단이 작용했다. 1심은 명씨 진술 중 일부의 신빙성을 인정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의 일부만 인정해 유죄의 증거로 삼으려면 충분한 보강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공소사실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는 명씨의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명씨 진술을 전반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정치자금법’ 항소심 무죄 선고


재판부는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이나 법정 증언을 보면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에 근거하거나 과장된 부분을 구분하기 어렵고, 자신이 불리한 사정에 대해선 주변적인 설명만 하거나 기존에 한 진술도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명씨가 수사 중에는 오 시장에 대해 진술하지 않다가 오 시장이 명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2024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오 시장의 혐의에 대해 진술하고, 공개적으로 ‘오세훈이를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위협적인 언급도 했다”며 명씨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울면서 전화했다거나 SH공사 사장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등 일부 과장된 내용이 있어 전부 신뢰할 순 없다”면서도 카카오톡 대화, 통화 기록 등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선 증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특정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서 진술 중 중요한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 있다면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이 약해진다”면서 “나머지 일부 진술만 인정해서 유죄로 삼으려면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과 비교해서 나머지만 신뢰할 만한 충분한 근거나 해당 진술을 보강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1심 재판부가 신빙성을 인정한 일부 진술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신뢰할 근거나 보강하는 증거가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의뢰한 여론조사의 범위나 시기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점 ▲오 시장이 불과 이틀 전에 처음 만난 명씨에게 곧바로 불법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후원자 김한정씨가 명씨에게 5회에 걸쳐 송금한 금액이 10회의 여론조사와 대응하지 않는 점 ▲불법적인 비용 대납이라면 김씨가 명씨에게 떳떳하게 계좌로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 금액을 입금한 것이 이례적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수행했다기보다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씨가 명씨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유죄의 의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직접적인 증거인 명씨의 진술엔 신빙성이 없고, 단편적인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사정도 많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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