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하면 그만? 전국 297곳, 산사태 위험지역서 빠져

박승기 기자
수정 2026-10-21 01:05
입력 2026-10-20 19:43
작년 산사태 91% 미지정 지역서
고위험에도 예방 조치·통계 없어
“재산권 불구 보완 대책 시급해”
당국이 산사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취약지역’ 지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극한 호우로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진 데다 지난해 산사태의 90% 이상이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위험지역 관리에 ‘허점’으로 지적됐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 토지 소유주 등 이해관계인의 이의 신청으로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위원회에서 지정이 부결된 구역이 297곳에 달했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도와 인근 민가 분포 등을 조사한 뒤 열람공고를 거쳐 지정위원회에서 지정한다. 산사태 고위험 구역으로 사방사업 우선 시행과 연 2회 이상 현지 점검, 주민 대피체계 구축 등 집중 관리를 받는다.
다만 취약지역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거나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민원이 제기되면 지정할 수 없다. 미지정 지역은 예방시설 투자와 예보·경보 장치 설치 등에서 뒷순위로 밀려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 2637건 중 90.7%(2393건)가 취약지역 이외 지역에서 났고 인명피해도 15명에 달했다.
더욱이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산사태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분리하고도, 취약지역으로 지정받지 않으면 별도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방공사와 같이 위험을 줄이는 선제적 예방조치는 차치하고, 사실상 고위험 지역의 산사태 피해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은 읍·면·동 단위 산사태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주민이 취약지역 지정을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내년에는 기존 통계 기반 위험지도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학습 기법을 적용해 산사태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나 예방 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송 의원은 “위험도가 높은데도 재산권 앞에서 지정이 안 되는 구조로는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면서 “미지정 위험지역도 예방대책을 지원할 수 있는 보완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대전 박승기 기자
2026-10-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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