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혜택받는 분?” 질문에 침묵만···구례 공무원들 ‘충격과 공감’

최종필 기자
수정 2026-10-19 14:09
입력 2026-10-19 14:09
이현택 주무관, 구례군 공직자 대상 ‘청년의 지방 이탈’ 강연
“정부와 지자체에 수백 가지 청년 정책이 있습니다. 지금 실제로 혜택을 받고 계신 분, 손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지난 16일 구례군청 3층 대회의실. 강연자의 질문에 객석을 채운 150여명의 2030 청년 공무원 중 단 한 사람도 손을 들지 못했다. 지역 현장을 지키는 공직자들조차 국가 정책의 철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강연에는 국무총리비서실 공보담당 주무관이자 베스트셀러 ‘특별시민, 왜 청년은 지방을 탈출하는가’의 저자인 이현택 작가가 초청돼 ‘왜 청년은 지방을 탈출하는가, 구례는 무엇을 답할 것인가’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열띤 특강을 펼쳤다.
이현택 작가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애향심 부족’이나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해 온 기성 행정의 시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2024년 기준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20대 우울증 환자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며 “지난 10년간 비수도권 청년 70만 명이 고향을 떠난 것은 살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생존의 계산 결과다”고 짚었다.
특히 이 작가는 현재 청년 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로 ‘중위소득의 덫’을 지목했다. “주 40시간 최저임금을 받고 성실히 일하는 청년이 잔업을 조금만 해도 소득 기준을 넘어 정책에서 탈락한다”며 “가난을 증명한 극소수에게만 소액을 쥐여주는 시혜성 선별 복지 탓에, 정직하게 땀 흘리는 대다수 보통 청년에게 행정의 체감 효능감은 0에 수렴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생애주기 관점에서 “청년기는 자산과 소득이 가장 적은 출발선이지만, 독립 주거와 결혼, 출산과 초기 양육이라는 일생일대의 막대한 지출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다”며 “이 결정적인 정착 구간을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분담해주지 않는다면 청년에게 지역에 남아 가정을 꾸리라는 말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 주무관은 구례군이 청년의 유출을 막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3대 실천적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 ‘1차 산업의 하이엔드(High-end) 로컬 브랜드화’ ▲‘구례 농어촌기본소득에 더한 영유아 기본소득 확대’ ▲ ‘군정 전반의 청년위원 공모를 통한 청년친화도시 천명’ 등이다.
이 주무관은 “서울 사람만 특권을 누리는 ‘특별시민’의 사회가 아니라 구례 어디에 살아도 병원과 일자리, 문화와 양육의 일상을 평범하게 누리는 ‘보통시민’의 권리가 복원되어야 한다”며 “청년에게 주소 이전을 호소하기 전에, 구례에 머무는 삶이 청년의 손익계산서상 분명한 이득이 되는 구조를 행정의 손으로 직접 설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연에 참석한 직원은 “정부 발표에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도 왜 현장의 청년 공무원들조차 혜택을 받지 못했는지 그 구조적 모순을 명쾌하게 알게 됐다”며 “산수유 브랜드화와 영유아 기본소득, 위원회 청년 참여 등 구례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에 깊이 공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구례군은 이번 강연에서 제시된 청년 정주 인프라 구축과 지속가능성 지표 전환, 청년 거버넌스 확대 방안을 향후 군정 중장기 청년·인구 정책 수립에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구례 최종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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