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한 장에서 시작된 ‘소확행’…정창수 강북구청장, 100일간 주민 곁에서 만든 변화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수정 2026-10-08 09:14
입력 2026-10-08 06:30

민선 9기 취임 100일 성과 공개

정창수 강북구청장이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공경해효(孝) 사랑해효(孝) 잔치’에 참석해 어르신과 악수하고 있다.
강북구 제공


“저 현수막은 회의할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하나요?”

정창수 서울 강북구청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처음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렇게 물었다. 현수막에 ‘1회’라는 숫자가 적혀 있어서다. 회의실에는 이미 프로젝터(사진·영상을 화면에 투영하기 위한 장치)와 화면이 설치돼 있었고 정 구청장은 “꼭 필요한 현수막은 남기되 반복되는 회의와 행사부터 화면을 활용해 제작을 줄여나가자”고 제안했다.


8일 구에 따르면, 정 구청장은 이후 페이스북에 이 일을 첫 번째 ‘소확행’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현수막 줄이기’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며 “자원순환에서 제일 좋은 것은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구청에 일정 규모 이상 회의실에서는 대부분 프로젝터가 설치돼 있어서 행사 안내가 필요하면 잠깐 컴퓨터를 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며 “저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으로 정의하고 이런 행동이 결국 주민 행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의미를 더해 당연하게 반복해온 일을 다시 들여다보고 바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보자는 취지다.

정 구청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소확행’은 민선 9기 출범 100일인 이날까지 24번째 성과를 냈다. 그는 취임 후 집무실의 실내장식이나 집기를 새로 바꾸지 않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미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출입문 유리창을 가리고 있던 시트지는 떼어냈다. 구청장실부터 개방성을 높여 주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구는 주민에게 여름철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방법을 다시 검토했다. 구는 지난달부터 우이천 벌리교 인근 황톳길에 냉수 정수기와 제빙기를 설치해 이른바 ‘강북 오아시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원한 물에 얼음까지 받아 마실 수 있어서 좋다”며 “물맛도 괜찮다”고 전했다. 구는 “주민 편의는 높이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라며 “‘원래 해오던 방식’에 한 번 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소확행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출산 축하 용품의 지원 방식도 주민 입장에서 다시 살폈다. 구는 출산가정 지원 물품 중 실용성을 고려해 포함했던 종량제봉투가 축하 선물의 취지에 적절한지 재검토하고 부모가 필요한 아기용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구는 내년부터 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일상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고민했다. “물가 상승으로 반찬 마련이 빠듯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경로당 부식비를 늘렸다. 고령층 주민의 청소 부담을 덜기 위해 경로당 대청소도 준비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를 준비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한바탕 웃으실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는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인근 노래방을 찾아 주민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골라 연습했다. 경로잔치 행사 당일에는 황금색 반짝이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이에 한 어르신이 무대 앞으로 나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노래를 즐기기도 했다.

구는 회의장의 현수막 한 장, 구청장실의 시트지 한 장, 우이천의 물 한 잔, 출산가정의 선물, 어르신들의 밥상 모두 행정 현장과 주민 생활 가까이에서 시작된 변화라고 설명했다.

정창수 구청장은 “행정 현장과 주민 생활에서 당연하게 지나쳐온 것들도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바꿀 수 있는 것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작은 변화라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작지만 확실한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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