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처럼… 택시 몰다 다시 AI기업 PM으로 ‘인생 3막’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수정 2026-09-17 20:43
입력 2026-09-17 20:43

서울시니어센터 취업교육·인턴십
은퇴자 경험·역량 맞춰 민간 연결
올해 839명… 일자리박람회 ‘후끈’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 2026’에서 구직자들이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글로벌 기업 휴렛팩커드(HP)의 한국지사에서 26년간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한 송준목(66)씨는 2009년 퇴직 후 10년간 택시를 몰았다. 오랫동안 쌓은 경력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러던 송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4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를 알게 돼 취업교육과 인턴십을 거쳐 인공지능(AI) 기반 사무지원 플랫폼 기업의 PM으로 입사했다. 고객이 요청한 업무를 확인하고 적합한 사람과 잘 연결됐는지 살피는 역할이다. 송씨는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센터 교육을 받기 전까지 이력서를 200~300개 냈지만 연락이 없었는데 덕분에 새 삶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과 시니어의 경험·역량을 맞춰 민간으로 연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단순히 구인기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수요를 먼저 파악해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교육과 인턴십을 제공해 채용까지 이어주는 방식이다. 17일 시에 따르면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올해 1~8월 839명이 취업해 연간 목표 800명을 이미 넘어섰다.

이날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 2026’에는 3800여명이 몰렸다. GS리테일·타다 등 81개 기업 부스에서 구직자들은 채용 조건과 업무를 묻거나 정보를 나눴다. 박람회 한쪽에서는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고 얼굴에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퍼스널컬러 진단과 증명사진 촬영도 진행됐다. 은퇴한 지 2년 됐다는 김모(62)씨는 “다시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나한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센터가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기업의 수요를 실제 일자리로 바꾸는 과정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파악한 뒤 시니어가 맡을 직무를 찾아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육 이후 채용이나 일감으로 연결한다. 필요하면 인턴십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한다.



새로운 직무도 발굴하고 있다. 환기장치 업체 힘펠과 협력한 ‘그린홈컨설턴트’는 가정이나 공공기관의 공기질과 에너지 사용을 살핀다. ‘전문위원’은 퇴직 전 쌓은 분야별 전문성을 살려 공공기관 등의 제안서를 심사하거나 외부 자문에 건별로 참여한다.

홍현희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장은 “기업들도 시니어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새로운 인재 자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시니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직무훈련부터 취업 연계까지 지원을 더욱 촘촘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2026-09-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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