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의혹’ 직권조사 나설까... “심각한 2차 피해”
임효진 기자
수정 2020-07-15 06:43
입력 2020-07-15 06:43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수사기관과 달리 인권위는 조사를 계속 진행하지만 제삼자 진정 사건은 피해자의 의사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안이 중대하고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 만큼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 구제조치를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위 직권 조사 가능할 만큼 중대한 사안”15일 인권위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최근 박 전 시장의 인권침해 행위와 이를 방조한 서울시청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책임자 징계 등 관련 조치를 권고해달라고 진정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사준모 측에 “앞으로 담당 조사관이 배정되고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진정이) 처리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다만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삼자가 진정한 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조사 진행을 원하지 않으면 ‘각하’ 처리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피해자의 진정 없이도 인권위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권위 상임위원을 지낸 정상환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진정이 없더라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는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할 경우 인권위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뿐 아니라 서울시의 성추행 묵인 의혹까지 제기된 이번 사안은 직권조사 대상이 될 만큼 사안이 중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 의혹을 인권위가 직권조사할 경우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도 자연스럽게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 변호사는 설명했다.
사건 공론화 이후 심각한 ‘2차 피해’... “긴급 구제조치 권고해야”사건 공론화 이후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인권위가 긴급 구제조치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이후 피해 호소인이 누군지 색출하자며 신상털이를 하는 등 온라인상 피해자의 ‘2차 피해’ 우려가 심각하다”며 “인권위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서울시에 긴급구제를 권고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진정 사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더라도 인권침해나 차별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인권위가 직권으로 인권침해 중지나 관련 공무원 직무배제 조치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직권조사 계획이나 긴급 구제조치 권고 등에 대해 정확히 답변할 수 없다”며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안”이라고만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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