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원격진료… 의료계 왜 반발하나
장애인·도서벽지 환자 등에 효과 크지만안전 담보 못하고 일자리 감소 부작용도
“부가가치 창출만 강조한 정부에 거부감”
‘비대면 진료’ 고수한 복지부 신중한 입장
●민간 통신업체에 개인 질병정보 노출 부담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사단체와 시민단체의 입장은 완강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격진료는 안전·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으로 의료 전달 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고, 필연적으로 민간 통신기업에 개인 질병정보 집적을 허용하기에 정보유출 위험도 적지 않은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원격진료 규제를 완화하면 의료계 전체 진료비는 1.42% 감소하고, 의료서비스 공급은 1.88%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면 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 일자리는 각각 2.65%, 3.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환자들이 굳이 동네병원을 찾지 않아 중소형 병원들이 몰락하고 자본력 있는 대형병원만 살아남는다는 의료계의 공포와 같은 맥락이다. 지역 의료망의 붕괴와 병원 영리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 등도 있다.
현직 의사인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은 7일 “장애인, 도서벽지의 환자, 만성질환자 모니터링에 활용한다면 원격진료가 오히려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서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원격진료 도입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정부가 대면진료 대체라는 개념으로 하다 보니 반발을 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격진료를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보니 정부 역시 불신을 떨구지 못한 것”이라며 “산업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원격진료=공공의료’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기본적으로 원격진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신중한 모습이다. 원격진료 대신 비대면 진료라고 표현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진료라는 용어 자체가 이를 반대하는 측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격진료 시장 작년에만 37조원
국내에선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원격진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5억 달러(약 37조 4000억원)에 달했고, 성장률은 2015~2021년 연평균 14.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대 원격진료 플랫폼인 ‘핑안굿닥터’는 코로나19 이후 이용자가 11억 1000만명에 달했다. 알리페이 등 11개 업체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사와의 원격상담 창구를 설치했다. 라인 메신저 등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시범 사업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에는 문제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원격진료의 안전 문제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05-08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