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파워에 밀렸나, 반기문 배신 여파냐

최광숙 기자
수정 2019-11-19 02:03
입력 2019-11-18 17:58
[관가 블로그] 유엔 감사위원 낙선 원인 뒷말
유엔 요직 선거 개인보다 국력 큰 영향외교부서 지원 아끼지 않았지만 한계
반 前총장 ‘노무현 거리두기 탓’ 해석도
18일 감사원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 명을 뽑는 BoA 위원직 선거에 한국·중국·필리핀이 나섰는데 최종 결선투표에서 중국 115표, 우리나라 78표를 받아 37표 차이로 중국에 밀렸습니다. 최 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5개 권역별로 14개국을 방문하는 등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득표전을 펼쳤는데도 선거에 패하자 감사원은 크게 아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높이고, 국제기구의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글로벌 스탠더드 감사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지요.
관가에서는 선거 패인을 두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데다 전 세계에 ‘일대일로’ 교두보를 구축할 정도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중국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유엔의 요직에 진출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 외교력 등 국력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외교부가 뉴욕에서 최 원장의 지지를 당부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나름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한 외교관은 “현 정부의 외교력이 과거처럼 외교 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교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 당선의 일등 공신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반기문 지지’를 요청했지요. “남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판단이었습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 영향력을 가진 프랑스가 ‘반기문 지지’ 대가로 요구한 ‘항공연대기여금’ 제도도 흔쾌히 수용하는 등 각국과 ‘딜’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2007년부터 국제선 항공권에 1000원씩의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이 자동으로 부과되는 것이 바로 그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반 전 총장이 비공식으로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는 등 ‘거리 두기’를 하자 “권양숙 여사가 서운해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요. 이런 일과 연관 지어 “‘반기문 트라우마’가 있는 현 정부가 친문(친문재인)도 아닌 최 원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2019-1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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