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詩 IN] 화장거울

수정 2017-05-28 22:34
입력 2017-05-28 22:26
거울 앞입니다

오늘은 어머니께서 외출을 준비하나 봅니다

푸르러진 거울 속에서


처마 밑 시래기 걸던

추억을 떠올리는지

팔촌 먼 친척이 중매 놓던



그날도 함지박 가득 무채나 썰고 있었답니다

투박한 얼굴 화장을 끝내고

다 늘어진 발목스타킹을

새것 마냥 신어보다가

토란대같이 간질간질거리는

재미난 생각이 났는지

그때는 숟가락이 놓여진 순서대로 시집갔다는 말에

온 가족이 귀가 멍멍해지도록

배를 잡고 웃습니다

큰 이모가 빼어나게 예뻐서

이 마을 저 마을 총각들이

담장 아래 텃밭농사 망치던

그 꼴 보기 싫어서라도

나도 빨리 시집가야지 했다던

조금만 움직여도 달아나는

작은 화장 거울 앞

나는 낄낄 넘어가다가

옷장 속 신문지에 싸둔

몽글몽글 나프탈렌처럼

어머니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김훈희 조달청 쇼핑몰단가계약과 주무관
김훈희 조달청 쇼핑몰단가계약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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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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