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철 맞아 ‘대마 도둑’ 날뛰는데 당국은 뒷짐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수정 2016-05-24 23:56
입력 2016-05-24 20:50

몸살 앓는 대마 주산지 경북 안동

대마초 원료 잎·꽃 무단 채취… 마약 사범 등에 무방비로 노출

“마약류인 대마 재배철을 맞아 도둑들이 설쳐대지만 정작 관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의 한 주민이 지난 23일 대마밭에서 누군가에 의해 대마 줄기가 무더기로 잘려 나간 것을 가리키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의 한 주민이 지난 23일 대마밭에서 누군가에 의해 대마 줄기가 무더기로 잘려 나간 것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대마 경작지 가장자리의 대마는 줄기 윗부분 한두 뼘 정도가 모두 잘려 있었다. 200포기는 훨씬 넘어 보였다. 바닥에는 대마를 자를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위 2개가 버려져 있었다. 바로 옆 대마밭 곳곳에서도 새순을 따간 흔적이 발견됐다. 현장을 둘러본 임중수(70) 이장은 “불과 며칠 전에 대마 도둑들이 가위로 줄기 끝 부분을 자르거나 손으로 따간 게 틀림없다”면서 “수십년 전부터 대마가 한창 자라는 5월 중순부터 7월 초 수확기 때까지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만 개선이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마 주산지인 안동지역에서 대마가 마약 사범 등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북도 등 관계 당국의 단속 손길이 미치지 않아 안동이 대마초 원료 주요 공급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4일 안동시에 따르면 올해 임하·서후면 등 2개 지역 13농가가 1.55㏊에서 대마를 재배한다.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안동포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는 대마가 마약류 식물이라 엄격한 심사 등을 거쳐 재배를 허가한다. 안동지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110㏊에서 대마를 재배했지만 값싼 중국산 삼베 수입 등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재배 과정에서 관리가 거의 안 된다. 농가들이 대마를 일반 농작물처럼 재배하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의 어떤 조치도 없다. 관계 당국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매년 대마 재배철이면 대마초 원료인 대마잎이나 꽃을 무단으로 채취한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도둑들이 활개를 치는 바람에 대마 농사를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충남 당진, 전남 보성, 강원 삼척 등 다른 대마 재배지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대마 밀경작은 단속하지만 정작 대규모 경작지는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대마 재배면적은 220여㏊이다.

대마 재배지 주민들은 “해마다 대마밭에 도둑이 들지만 재배 농민이나 관계 당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서 “오래전부터 경작지에 폐쇄회로(CC)TV나 펜스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매년 대마 도둑이 날뛴다는 것을 들어서 알지만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대마를 불법 재배하거나 밀매,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글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6-05-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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