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talk 공무원] 이경민 특허청 심사관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수정 2016-03-17 01:44
입력 2016-03-16 23:10

굴지 대기업 연구원서 공직자로 변신 “특허개발자·심사관 입장차에 고민 커”

“공직자로 변신해 업무가 바쁜 것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계획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경민 특허청 심사관
삶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경민(41) 특허청 차세대수송심사과 심사관은 국내 굴지 대기업의 전도유망한 연구원에서 공직자로 변신한 사례다.

대기업 입사와 2010년 뒤늦은 결혼, 출산 등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던 일상은 2012년 공무원인 부인의 세종시 발령으로 변화를 맞았다.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가족끼리 떨어져 살지 말자”였다. 그가 꿈꿨던 연구원 대신 가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때마침 민간경력특채(5급)가 도입돼 특허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부창부수’라고 부인도 2015년 특허청으로 길을 돌렸다.


이 심사관은 “박사후 연구원(포스닥)까지 마친 후 공직자로 변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기업에 근무할 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게 돼 아이와 대화도 변변찮아져 늘 미안했는데 이제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며 웃었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자평하면서도 ‘두 동강’ 난 급여에 집사람이 가끔 후회하는 것 같다고 살짝 귀띔했다.

현재 그는 해양플랜트와 선박 분야 특허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기계항공을 전공했고 경력도 있지만 과거 근무경험을 지닌 심사는 불허하기 때문이다. 가끔 선배 심사관이 민간 재직 때 발명자로 참여한 특허를 심사하면서 관심을 가져줄 때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특허 생산자와 심사관의 차이에 대해 “개발자는 실패 때 자신의 노력으로 회복할 기회를 맞지만 심사관은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기에 판단을 둘러싸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조금만 다듬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강한 발명이 많다며 특허 출원서에 대한 관심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는 “짧은 심사 경력이지만 대기업 출원에도 빈틈을 수두룩이 본다”면서 “게임도 컴퓨터보다 사람과 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출원서에 발명자의 의도를 잘 녹여야 어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의 변화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전 7시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오후엔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 다만 출원물량에 비해 심사관이 부족해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손을 뗄 수는 없다.

최근 활발해진 민간 전문가의 공직 채용엔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시했다. 이 심사관은 “민간의 경쟁력을 공직에 도입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특허청 심사관처럼 실적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분야의 경우 비교·평가할 수 있지만 법과 제도, 예산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에서 민간 출신이 전문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고위 간부가 임금 등 처우와 미래를 포기하고 국·과장으로 공직에 들어오는 모험을 걸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공직을 경력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면 곤란하다”고 끝을 맺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6-03-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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