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talk 공무원] 임영숙 인천공항세관 감시과 주무관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수정 2015-11-11 23:14
입력 2015-11-11 23:02

매의 눈으로 수화물 한 개당 3.5초면 끝…엑스레이 판독의 달인

“여기가 뚫리면 국내 단속은 100배 이상 힘듭니다. 국경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니터에 집중합니다.”

엑스레이 판독 경력 18년의 베테랑이자 판독 교관요원인 인천공항세관 감시과 임영숙(51·여) 주무관은 자신의 역할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의 첫마디는 위험물질이나 고가 물품의 국내 밀반입은 불가능하니 자진신고하라는 권유였다. 세관의 철저한 엑스레이 검사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판독능력과 관련해 “일본은 한국을 거친 화물에 대해 검색 편의를 제공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임영숙 인천공항세관 감시과 주무관
●경력 18년 베테랑… “국경 책임진다고 생각”


마음씨 좋은 이웃 같은 임 교관이 검색기 앞에 앉자 ‘매의 눈’으로 돌변한다. 업무에 익숙할 만한 연륜이지만 숨기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의 싸움이 몇 초 만에 승부를 결정짓기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고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입국장 엑스레이 판독은 평범한 업무다. 하지만 통관지연에 따른 불편과 민원, 나아가 국가 신뢰도와 연계돼 있어 수화물 한 개당 3.5초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난해 여행자 수화물에 이중으로 교묘히 숨겨진 마약(메트암페타민) 4㎏을 사전정보 없이 엑스레이 판독만으로 적발하기도 했다. 마약 4㎏은 13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적발하지 못했을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약은 엑스레이 판독으로는 적발이 어렵다. 그래서 ‘그림자 게임’으로 불린다. 임 교관은 “차량용 휴대용 전기 냉장고인데 테두리 부분에서 수상한 음영을 발견했다”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요원의 이유 있는 의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담담히 말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80명의 판독요원이 2개 조로 나눠 격일제 근무를 한다. 하루 40명이 400여대의 비행기에서 내려지는 화물과 수화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매일 3차례, 항공기 착륙이 집중되는 오전 5~7시와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3시 30분~6시 30분이 ‘러시아워’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짝퉁 구별은 기본… 마약 적발이 가장 어려워

한국 세관의 엑스레이 판독 능력이 높아진 것은 2003년 이후라고 한다. 임 교관이 판독 업무를 지원한 1997년 전후에는 책임의식만 있었을 뿐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없었다. 말로 설명을 듣고 선배들 옆에서 지켜보며 배우는 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교육관에서 이론과 현장 교육을 거친다. 한 달간 베테랑 선배와 같이 근무하며 단계별로 업무를 익히는 과정을 통과해야 5개월째부터 단독 근무를 할 수 있다. 명품이나 고급 양주 등의 진품과 짝퉁을 단번에 구별하는 능력은 기본에 속한다.

판독요원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장시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눈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임 교관은 “엑스레이 판독은 섬세한 관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적합한 업무”라며 “전문분야로 커리어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5-11-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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